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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도시 공실률 역대 최고 '리먼쇼크 수준' 공포…금융시장 파장 가능성↑

주요 도시 10곳 사무실 공실률 역대 최고

코로나19 이후 재택·사무실 혼합근무 정착

미국 기업 구조조정, 사무실 축소

부동산 대출 영향 금융시장 불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AFP연합뉴스




엔데믹 후 직장인들의 사무실 출근이 재개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했지만 글로벌 주요 도시 10곳의 사무실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19를 거치며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혼합한 근무가 정착됐고 미국 기업 등이 감원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부동산 대출 등에 영향을 주고 금융시장에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부동산서비스업체 CBRE를 인용해 올해 3월 말 기준 세계 오피스의 공실률이 12.9%로 글로벌 금융위기(리먼 쇼크)의 영향이 있던 시기(2009~2010년)의 13.1%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근접했다고 11일 보도했다.

특히 닛케이는 3월 말 공실률을 기준으로 할 때 글로벌 주요 17개 도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뉴욕 중심부, 상하이, 홍콩(작년 말 기준) 시드니(작년 말 기준), 런던 등 10개가 리먼쇼크 등 때 기록했던 이전 최고치를 웃돌았으며 이런 공실률이 부동산 대출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면 금융 불안으로 연결될 염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요 도시에서 공실률이 높아진 것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작년 가을부터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미국 IT기업을 중심으로 감원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도 샌프란시스코 등을 중심으로 사무실 수요에 파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도시의 경우 자국 기업이 사무실을 축소한 것과 유럽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긴 것 등 이유가 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2023년 5월 11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물로 나온 집 앞에 표지판.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가격은 1분기 동안 캘리포니아의 다른 지역보다 급락했다. AFP연합뉴스


오피스 공실률의 상승은 주변 상권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위치한 한 호텔의 경우 최근 이자 지급을 중단하는 등 경영위기에 빠졌다. 주변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해외 출장이나 컨퍼런스 수요가 줄었다고 이 호텔 관계자는 설명했다.

각 국 정부도 오피스 경기의 불씨가 금융으로 옮겨 붙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하원이 개최한 청문회에서 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이회(FRB) 부의장은 “도시부의 오피스에 취약성이 있어 상업용 부동산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5월에 정리한 금융안정보고에서 ‘자금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확장해온 펀드가 부동산에 기울어져 있었다’고 지적하며 경계감은 드러냈다.

공실률 상승과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사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의 상업용부동산 거래가격은 전년동기비 15.3% 하락했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최대하락 폭이다. 유럽에서도 가격 하락이 시작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대출 은행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어 최근 들어 미국 언론들은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도시뿐 아니라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홍콩도 빈 사무실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는 세계 여러 도시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주목했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통해 전해진 미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건물에 대한 뉴스는 상업용 부동산 상황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매물로 나온 샌프란시스코의 한 22층 빌딩의 가치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억달러에서 약 6000만달러(약 783억원)로 무려 약 80% 떨어져 충격을 줬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관계로 재택 근무율이 높은 정보기술(IT)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물가가 비싸다. 시내의 범죄와 노숙자 증가로 생활의 질도 떨어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빈 사무실을 찾기 어려웠던 이곳의 공실률이 9.5%에서 30%로 뛴 상태다.

미국 상업은행이 오피스와 상업시설 등에 대출한 총액은 3조 달러 가까이로 늘어나 있고 이 중 70% 가량을 중견·중소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완화가 진행되고 예금이 모였던 때 중견은행은 대출할 곳을 찾던 중 상업용 부동산을 주시했다.

데이터 업체 트렙(Trepp)에 따르면 올해 만기되는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2700억달러(약 352조원)로 이중 약 3분의 1인 800억달러(약 104조원)가 사무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악의 상황은 중소형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것에 예금주들이 불안을 느끼고 SVB 부도 직전과 유사한 대규모 인출(뱅크런)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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