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예치·운용서비스 1, 2위 업체가 잇따라 고객 출금을 중지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위 업체인 하루인베스트가 13일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데 이어 이튿날인 14일에는 1위 델리오가 출금 정지 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델리오는 “최근 하루인베스트에서 발생한 디지털 자산 입출금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됐다”며 “오후 6시 30분부터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일시적인 출금 정지 조치를 진행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델리오는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가상자산 이전 및 보관·관리업에 대한 신고수리증을 교부받은 등록 가상자산사업자(VASP)다.
델리오가 돌연 출금을 중지한 건 전날 하루인베스트에서 ‘러그풀(먹튀)’ 의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루인베스트는 13일 오전 9시 40분께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씨파이(CeFi·중앙화금융) 플랫폼 하루인베스트는 가상자산 비트코인을 예치하면 연 12%의 높은 이자를 제공하겠다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루인베스트의 누적 거래액은 22억 7000만 달러(약 3조 원)에 달한다. 다만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는 특정금융거래법상 신고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하루인베스트는 국내 금융 당국에 업무 신고 없이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잇따라 출금을 막자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각종 가상자산 커뮤니티에는 델리오의 내부 회계 부실, 대출금 미상환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관련해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며 “출금을 중단한 건 하루인베스트 여파로 (델리오에서도) 급격히 출금이 많아지면서 진정시키겠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자산을 하루인베스트를 통해 운용했던 건 사실이고,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해결해 출금 중지 상황을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실 파악을 해보고, 횡령이나 배임 등 불법행위가 관련돼 있으면 수사당국과 협조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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