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지난 5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입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지난 2021년 3월 25일에 개정된 이후 2년여 만에 새로운 법안이 생기는 것이다. 이전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전무해 스캠코인·사기성 거래소 등으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하지만 특금법 개정으로 규제가 마련되면서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던 중소거래소가 정리됐다. 그러나 여전히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에 대한 규제의 공백이 있어왔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주식을 거래하는 한국거래소와 달리 사기업이 거래수수료로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대형 거래소의 상장비리·루나 사태와 같이 유명한 사건들은 물론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피해가 속출했다. 주식과 달리 불공정행위 등을 규제하는 법이 없어 일반법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통한 해결도 속시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올 2월 6일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증권형’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를 마련했다. 최근 가상자산 관련 19건의 법안을 통합·조정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마련하는 등 법제도 구축 추진 중이다.
국회 정무위를 통과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고객 예치금의 예치, 신탁의무 및 가상자산 거래기록 생성, 보관의무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각종 의무를 신설하고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해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손해배상책임과 더불어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법은 단계적 입법 방식을 취해 이번에 의결된 1단계에서는 이용자 보호와 처벌 위주의 입법이, 다음 2단계 법안에서는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 확립에 대한 입법이 예정돼 있다. 그간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보니, 실질 사업이 없는 업체도 엉터리 백서로 토큰상장을 한 후 마켓메이킹(MM)을 통해 시세조종을 하여 그럴듯한 토큰으로 둔갑시키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해 왔다. 이는 2017년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ICO 금지기조로 인해 발행자들이 해외에 재단을 설립해 국내로 토큰을 들여오는 구조가 됐던 것도 원인이 됐다. 그러나 애당초 투자자를 보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상자산 발행자에 대한 건전성이나 기술력을 1차적으로 검증해 사기성 코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암호자산시장법)에서도 가상자산 발행자과 백서에 대한 구체적 요건을 구체적으로 둠으로써 규제로 편입시킨 바 있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여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에 대한 합리적인 2단계 입법이 이루어지고, 국내 규제의 테두리 내에서 유망한 가상자산 사업이 잘 자리잡아 궁극적으로는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한 문화 정착과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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