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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왜 꿀이랑 요거트가 나와? '친환경'내건 서울국제도서전[지구용]

사진=지구용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은 언제나 참 재미있더라고요. 서점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대형 출판사의 책이 아닌, 재기발랄하고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거든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친환경, 동물과 같은 비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내세워 뜻깊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환경 이슈를 이야기하는 방법, 그리고 환경과 관련한 어떤 흥미로운 책과 부스가 있었는지 <지구용>이 소개해드릴게요.

◇인간중심주의를 깨트릴 600권의 책=인류세란 단어 들어보셨어요? 2000년에 새로 등장한 지질시대 개념으로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 시대를 뜻해요. 먼 훗날 인류가 다 사라진다고 해도 인류가 배출한 대량의 플라스틱 폐기물과 동식물 멸종의 흔적은 영원히 지층에 기록된단 얘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지층에 새겨질 정도로 지구를 소모하고 파괴하는 우리들의 '인간 중심'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라는 주제를 잡았어요. 총 5개의 테마로 무려 600권의 책을 선정해 모아뒀는데 장관이더라고요. 이 중에 에디터의 눈길을 끌었던 책 세 권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첫 번째 책은 바로 <미움받는 식물들>이란 책입니다.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한 존 카디너 박사가 쓴 책으로 인간이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의 사연과 역사에서 시작해 전세계 식량 문제와 기후 위기까지 조망하는 책입니다. 두 번째 추천 도서는 <동물권력>인데요. <안녕하세요 비인간 동물님들>을 쓴 남종명 작가님의 책으로 단순히 고통스러운 삶의 피해자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 침팬지의 마음으로 본 세상을 기록했다고. 마지막으론 에세이 한 권을 골라봤습니다. 천문학자 심채경 작가님이 쓰신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책이에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주가 얼마나 신비롭고 소중한 공간인지 느낄 수 있을듯 해 추천 리스트에 올려봤어요. 600권의 책 리스트는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자 상자나 신발 박스 등으로 노트를 만드는 방법을 안내한 해해북스의 <업사이클링 북바인딩> /사진=지구용


◇고양이 전문 출판사...? 서울국제도서전의 '발견들'=도서전에는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독립출판사들도 다수 참여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곳은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가득했던 야옹서가! 사람이 너무 북적북적해서 사진 찍기가 어려웠을 정도의 인기였답니다. 무려 고양이 전문 출판사인 야옹서가는 기자 출신의 대표님이 2017년 창업해 고양이 사진집은 물론 '고양이 말기 간호 임종 케어 안내서' 등 고양이 관련서적을 꾸준히 출판 중입니다. 독립출판사 해해북스의 <업사이클링 북바인딩>이라는 워크북도 흥미로웠는데요. 과자 박스나 신발 상자 등 버려지는 종이를 활용해 나만의 메모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요. 버려진 종이로 만든 노트들... 뭔가 노트 버전의 프라이탁 느낌이랄까요? 을매나 힙하던지, 꼭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서울 영등포 선유도 인근에 있는 북카페 선유서가에서는 '소박한 비건'이라는 책을 들고 나오셨어요. 비고미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일상 속에서 비건을 실천하는 이야기! 선유서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제품도 판매하고 있대요. 가까우신 분들은 대나무 칫솔 등등 일용품 사러 가셔도 될듯해요! 선유서가는 생강 에디터도 우연히 들른 적이 있는데 단정하고도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도서전에 왜 꿀이랑 버터가...?=서울국제도서전 한 켠에 마련된 또 하나의 시선 강탈 코너는 바로 '기후미식' 존이었어요. 건강한 농법을 지키고 실천하는 농부와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였는데요. 위미트와 문사기름집 등 지구용에서 소개해드린 곳들도 있었고, 비건 페어나 친환경 행사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곳들도 있어 즐거웠어요.(비건이 주제인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아래 소개 제품엔 논비건 제품도 섞여있어요!)



왼쪽부터 꿀건달, 머곰, 빛쌀. /출처=각 사 SNS


먼저 꿀건달(꿀이 아주 건강하고 달콤하군!의 약자). 꿀벌과 함께 계절에 따라 전국을 누비며 40년 넘게 꿀을 만들고 있는 부자가 운영하는 브랜드라고 해요. 머곰은 자연 발효로 만든 술을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에요. 라벨 디자인이 증말 귀여우니까 구경들하시고요. 빛쌀은 쌀 누룩으로 요거트를 만들어요. 우유처럼 뽀얀 빛쌀의 누룩을 연두부에 부어 발효하면 요거트가 되는 매직! 식물성 대체 참치 언튜나로 용사님들께 익숙할 언피스크109도 부스를 꾸몄는데요. 조만간 비건 초밥과 비건 쥐포 등을 출시한다는 소식입니다.(솔깃...) 서촌에 있는 예약제 레스토랑 아워플래닛은 예약이 열리면 꼭 가려고 이미 마음 먹었어요. 사라져가는 토종 식재료를 찾아 맛있고 뜻깊은 한 상을 차려내는 '지속가능 미식 연구소'를 표방하고 있어요.

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뜬금없이 만난 지구 용사님들 이야기 어떠셨나요? 오래된 소설에서 놀랄만큼 현재의 생활상을 정확히 예측한 작품들이 많다고 하죠. 그만큼 소설은, 책은 현실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등' 역할을 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정한 600권의 책이 밝힌 경고등이 부디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기를 응원하며 오늘의 레터 마칠게요.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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