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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글로벌] 그리스, 포퓰리즘 대신 경제 택했다…미초타키스 재신임

[Global What] 집권여당 신민당 총선 압승

300석 중 158석 단독 과반 확보

연금 대체율 개편·공공개혁 속도

연내 투자적격으로 신용등급 회복

도청·대형참사 책임론 등 과제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인 신민주주의당이 2차 총선에서 대승리를 거두며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취임 이후 고강도 구조 개혁을 단행해 한때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려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던 그리스 경제의 부활을 이끈 성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형성된 결과다. 이로써 노동·의료·교육·사법 등 경제 시스템 전반을 대수술하겠다는 미초타키스 총리의 개혁안은 날개를 달게 됐다. 다만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비롯한 언론 탄압 의혹, 그리스 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 등에 대한 책임론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였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집권 신민당, 단독 과반 확보=2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신민당이 40.55%를 득표하며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17.84% 득표)을 큰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2020년 개정된 그리스 선거법은 2차 총선에서 제1당의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추가 의석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158석을 확보하며 단독 과반 의석을 챙겼다. 야당인 시리자는 47석, 변화운동(파속)은 32석, 공산당(KKE)은 20석을 차지했다.

승리를 확정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확실한 과반을 안겨줬다”며 기쁨을 표했다. 지난달 1차 총선에서 신민당은 과반 의석에서 5석 부족한 14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미초타키스 총리는 연립정부 수립을 거부하고 2차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의 변화를 이끌 우리 목표는 높고, 높아야만 한다”며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계획과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26일 총리에 취임한 뒤 29~30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즉시 새 내각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퓰리즘 대신 고강도 개혁 단행=미초타키츠 총리가 2019년 취임 이후 단행한 경제개혁이 구제금융 조기 상환, 경제성장률 회복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이 총선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내몰렸던 그리스 경제의 부활을 꾀하기 위해 강도 높은 복지 제도 개편에 나섰다. 90%에 달했던 연금소득대체율을 개편하고 무상의료를 폐지한 데 이어 수익성이 높은 공공 부문의 민영화를 단행했다. 또 법인세를 낮추는 등 과감한 친기업 정책을 펼쳐 외국인 투자를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그리스 경제는 눈에 띄는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1년 8.4%, 지난해 5.9%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EU 국가 중 가장 높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간 GDP 규모는 부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정권 초기 206%에 달했던 GDP 대비 정부부채는 지난해 171%까지 떨어졌다.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실업률을 낮추는 데도 성공했다. 2015년 27.5%였던 그리스 실업률은 미초타키스 집권 이후인 지난해 12.2%로 절반 넘게 하락했다.



이에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회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스가 올해 3월 국가부도 사태가 불거졌던 2010년 당시 받았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서 벗어나면서 신용등급이 연내 투자적격인 BBB-로 한 단계 상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은 올 하반기 그리스 경제에 대한 재평가에 나설 예정이다.

◇도청 스캔들, 열차 참사 등 과제도 산적=미초타키스와 집권 여당은 경제적 성과로 얻은 지지에 힘입어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2월 발생한 그리스 사상 최악의 열차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350명을 태우고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화물열차와 정면 충돌해 57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에 2017년 민영화된 철도회사가 노후화된 안전 시스템을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잇따르며 이를 방관한 정부에 대한 퇴진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그리스 정보국이 아당인 파속의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대표를 비롯해 언론인들의 휴대폰을 도청했다는 일명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 관련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미초타키스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정부 광고를 끊는 방식 등으로 압박을 가하며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올해 국경없는기자회가 선정한 언론자유지수에서 그리스의 순위는 전체 180개국 중 107위로 민주주의 정치 제도를 채택한 유럽 국가 가운데 꼴찌다.

◇하버드 출신 ‘경제 전문가’=그리스 정치 명문가 출신이자 정치권 입문 전 금융권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주는 안정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냈고 은퇴 전까지 경제장관·외교장관을 역임했던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장남이다. 미초타키스 총리의 누나인 도라 바코야니스는 여성 최초의 아테네 시장, 외교장관이었으며 그의 아들 코스다트 바코야니스 역시 2019년 아테네 시장으로 당선돼 3대째 정치 명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아테네대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학사,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정책 석사 학위를 땄다다. 이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으며 영국 런던 체이스은행,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등에서 일하며 전문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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