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相象(상상)’은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한국과 닮은 사회적 현상·맥락을 짚어보고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유흥업소서 일하던 33세 여성 “임신 원치 않았고 생활고”
출생 기록은 있으나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기’가 국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 오사카에서 신생아를 코인 로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친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7일 요미우리TV·MBS·TBS 등 현지 매체는 오사카지방법원이 지난 1월 자신이 낳은 딸의 시신을 코인 로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다니구치 나루미(33)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다니구치는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극심한 생활고에 치여 (아기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임신을 원치 않았고 출산 당시 혼란스러웠다. 죽은 아이에게는 미안하다”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아기를 안아주지도, 이름도 지어주지도 않은 채 코인 로커에 가둬 생명을 경시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반면 다니구치 측 변호인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어려운 상황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면서 "피고인은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공적 지원을 받고 자립할 의지도 있다. 재범의 우려가 적다"고 집행유예 판결을 요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오사카시 요도가와구 한큐주쿠역 부근 코인 로커에 갓난아기의 시신을 가방에 넣은 채 유기했다. 아기의 시신은 며칠 후 회수된 짐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발견됐다.
이를 수사하던 경찰은 다니구치가 가방을 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12번 출산·사산에도…재판부 “생활환경 개선해달라” 참작
재판부는 “피고인은 길거리에서 아기를 낳아 토트백에 넣어 사물함에 유기했다. 발각되지 않기 위해 사물함 연장 요금을 지불하는 등 범행이 악질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앞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히는 등 피고인에게 참작할 만한 사정을 고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해 달라. 취직 등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다니구치씨는 과거 가고시마에서 오사카로 거처를 옮긴 뒤 호텔을 전전해 왔다. 그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마련해 왔고 사산을 포함해 여태까지 12회에 걸쳐 출산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12회나 출산하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는데 변호인은 ‘재범의 우려가 적다’니 언어도단”이라며 “이런 사람들에게 공적인 복지를 지원하는 것도 아깝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또 이런 범행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에서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뒤 영아를 살해·유기하는 범행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와카야마현 시라하마마치에서도 숙박업소 쓰레기통에서 갓난아기의 시신이 발견된 바 있다. 31세 친모가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고립된 여성들을 돕는 모자의료센터 담당의사는 “임산부 건강검진표라는 쿠폰과 함께 검진비용이 지원된다”며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담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그림자 아기’ 수사 대상 6일 780건으로 폭증
국내에서도 ‘그림자 아기’ 사건의 수사 대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출생 미신고 아동과 관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867건의 수사 의뢰와 협조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발표한 오후 기준 수사 건수에서 180여 건 늘어난 수치다.
경찰은 이 가운데 780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의뢰나 확인 요청이 들어온 사례 가운데 사망이 확인된 아이는 총 27명으로 하루 만에 4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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