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화물선은 군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 진영을 향한 러시아의 ‘벼랑 끝 전략’인 셈인데 이 여파로 국제 밀 선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곡물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시각으로 7월 20일 0시부터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으로 군사 화물을 실은 적대적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 같은 성명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탈퇴 이후에도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을 지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나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국제해사기구(IMO)에 서한을 보내 자국 곡물 수출을 위한 임시 운송 경로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회랑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18~20일 사흘 연속 주요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를 폭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첫 이틀간 상실된 곡물 양이 약 6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러시아가 흑해의 민간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애덤 호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접근로에 기뢰를 추가로 매설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이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기 위한 조직화된 노력으로 본다”고 말했다.
흑해를 둘러싼 정세가 혼잡해진 가운데 국제 곡물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1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9월물 국제 밀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8.5% 급등한 부셸당(1부셸=27.2㎏) 7.27달러를 기록했다. CNN은 “러시아의 이탈로 세계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 탈퇴가 서방 진영의 약속 불이행 탓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은행의 국제결제 시스템 복귀 등 5대 핵심 요구 사안을 서방에 제시하며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협정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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