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발행(STO)이 금융권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자 대형 증권사들이 기업 간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채권에 조각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도입을 검토해 주목된다. 토큰증권은 빌딩이나 미술품 등 다양한 자산을 쪼개서 증권화해 수십·수백 명의 투자자가 하나의 자산을 소유하며 거래할 수 있게 한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기업 간 상거래 등에서 발생하는 매출 채권을 토큰증권 형태로 쪼개 발행해 유동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최근 한 매출채권 거래 전문 업체와 회의를 가지는 등 사업성 검토에 착수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음악저작권·미술품·금 등 실물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STO 시장에 진출했는데 매출채권과 같은 전통적 유가증권과 관련한 STO 사업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채권은 15~60일짜리 초단기 투자 상품으로 회전율이 높은 데다 신용 A등급인 회사의 매출채권 단기금리는 6% 수준”이라며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제공해 투자 수요는 물론 사업 수익성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올해 초 STO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증권 업계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에셋과 NH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부동산·음악저작권·미술품·웹툰 등의 STO를 취급하는 회사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토큰증권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내년에 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STO 관련 법안인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사 2030년 ‘370조 황금거위’ 쟁탈전…매출채권 플랫폼 1순위 부상
토큰증권공개(STO) 사업이 금융 혁신을 이끌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국내 증권사들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TO가 본격 시행되면 기존에는 소액 거래가 어려웠던 다양한 실물자산이 디지털화해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다. 꼬마 빌딩 등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과 음악저작권·웹툰 같은 지식재산권 등이 소유권을 잘게 쪼개 소액으로 투자와 거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들 자산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낯설고 거래도 많지 않아 초기 시장 형성이나 유동성 공급이 만만치 않은데 연간 40조 원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매출채권을 조각투자 플랫폼에 연동할 경우 단숨에 STO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매출채권을 STO 형태로 유동화하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국내 관련 발행사들과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매출채권은 삼양식품 같은 납품사가 이마트 등의 구매처에 라면 등 상품을 공급하고 결제 대금을 조속히 현금화하기 위해 담보로 설정하는 자산이다.
현재는 은행이 주로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최소 15일에서 60일이 소요되는 매출 대금 정산을 매출이 발생한 당일이나 다음날부터 앞당겨 받을 수 있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정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은행계 증권사인 하나와 신한증권은 매출채권을 ABS가 아닌 STO로 유동화하면 은행이 지배해온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일반 투자자와 나누며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투자 업계는 부동산과 미술품 등 실물자산에 기초한 토큰증권은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는 데 반해 매출채권 조각투자는 투자 기간이 짧고 물량이 많아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채권 유동화증권의 발행액은 43조 3554억 원에 달하고 올 들어서 소폭 줄었으나 21일까지 발행액이 20조 7136억 원에 이른다.
금융 당국이 올 초 토큰증권을 증권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제도화하기로 하자 국내 증권사들의 토큰증권 생태계 선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이자나 수수료 장사로 수익을 창출하던 기존 사업 모델에서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이끌어내는 플랫폼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STO가 스마트 콘트랙트(블록체인 기반 계약) 기술을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나와 신한투자증권은 대형사지만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증권 등에 밀리는 업계의 경쟁 구도를 STO 시장에서 매출채권 같은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우면 매출 및 수익성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내년에는 34조 원, 2030년 36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 증권사들도 다양한 자산의 조각투자 발행 기업을 확보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ST 프렌즈’ 협의체를 구성하고 블록체인 전문 개발업체 오픈에셋, 토지·건물 거래플랫폼 밸류맵 등과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KB증권도 스탁키퍼(한우), 서울옥션블루(미술품), 펀더풀(공연·전시) 등과 ‘ST오너스’를 구성했다. NH투자증권(STO 비전그룹)과 미래에셋증권(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도 STO 협의체 구성을 이미 마쳤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온 STO 플랫폼도 올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연내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금전채권 신탁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SK C&C와 토큰증권거래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HJ중공업과 협약을 맺고 선박금융의 STO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SK증권은 바른손랩스(영화 IP)·서울옥션블루(미술품)·해양자산거래(선박금융)·파이브노드(신재생에너지) 등과 협업하고 있으며 하나증권은 유튜브채널·원자재·특허권 등 이색적인 분야의 STO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또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올 3월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인 카사코리아를 인수하고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강점을 활용해 음악저작권 판매 플랫폼인 뮤직카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만 STO 시장의 법제화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자들이 실제 STO 플랫폼을 이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이달 중 관련 법안인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말까지 STO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장외거래 중개업 인가 요건과 일반 투자자의 연간 투자 한도 제한 등 구체적인 법령과 하위 시행령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STO 허용을 위한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혁신적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현행 규제에서 예외를 두고 시행하는 제도다. 하나증권 등의 경우 업무 협력 제휴를 맺은 발행사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지 못하더라도 매출채권 STO 플랫폼 준비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토큰증권(ST)=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토큰(디지털자산) 형태의 증권으로 실물·금융자산을 잘게 쪼개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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