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이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남서쪽으로 110km 가량 떨어진 다뉴브강 하류 항구 인근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흑해 곡물수출협정이 중단된 뒤 오데사 항구를 일주일 내내 공습한 데 이어 곡물 수출 우회로로 쓰이던 다뉴브항까지 처음 공격받자 국제 곡물 가격은 재차 급등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와의 접경지대를 건드리며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날 러시아는 다뉴브강 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레니항과 이즈마일항을 공격해 기반시설과 곡물창고를 파괴했다. 해당 2개 항구는 오데사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중단된 뒤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외신은 이 지역이 전쟁 발발 전까지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350만t에 달하는 곡물을 수출하는 등 필수적인 수출항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데사항을 대신하던 다뉴브항마저 공습 표적이 되자 국제 곡물 가격은 재차 출렁이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9월)은 전장 대비 8.60% 치솟은 부셸당 7.57달러, 옥수수 선물(12월)은 5.97% 뛴 부셸당 5.68달러, 대두(11월) 선물은 1.62% 오른 14.245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밀 가격의 경우 올해 2월 중순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사태는 개전 이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벌어진 공습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 서부를 집중 공격하면서도 실수로 폴란드를 공격해 나토 전체가 대응할 것을 우려해 접경 지역 근처에는 접근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드론 공격을 받은 지역은 루마니아에서 불과 수백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나토 동쪽 국경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인 상태”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의 우회로마저 차단해 우크라이나 경제를 고사시키려는 시도인 것은 물론, 나토 회원국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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