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국제 식량 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가격 안정을 위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전량을 회원국 육로를 통해 우회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협정 파기로 곡물 값이 최대 15%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현지 시간) EU 농업 담당 집행위원인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국 농업장관회의를 연 후 “우크라이나 수출 물량 거의 전부를 ‘연대회랑’을 통해 수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대회랑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일부를 흑해 대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EU 회원국의 육로를 거쳐 발트해 항구에서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우회로다. 보이치에호프스키 집행위원은 “러시아의 협정 파기 직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 물량의 60%가 연대회랑을 거쳤으며 나머지 40%만 기존처럼 흑해로 수출됐다”고 전했다. 또 곡물 전량이 연대회랑으로 수출되면 매달 약 400만 톤 규모가 되는데 지난해 11월 400만 톤이 EU 영토를 경유한 사례가 이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집행위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연대회랑으로 우회 수출할 때 발생하는 추가 운송비를 EU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결국 국제 곡물 가격 안정을 위해 연대회랑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운송비가 늘어 곡물 가격이 비싸지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으므로 당국의 예산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계획이 실현되려면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5개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5개국은 연대회랑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자국 농업계 보호를 위한 사전 대책을 집행위에 더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피에르올리비에르 구랭샤스는 이날 “흑해곡물협정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충분한 곡물 공급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협정 중단으로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 아직 평가 중이지만 10~15% 상승 범위가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곡물협정을 파기하기 직전인 14일 대비 26일 장중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국제 밀 선물 가격은 12.6%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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