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노동조합의 하역작업을 방해한 울산항운노동조합을 사업자로 제재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공정위가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법원은 13일 울산항운노조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노조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울산항운노조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아니고 제재 대상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쟁의 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항운노조는 2019년 1월 농성용 텐트·차량·소속 조합원을 동원해 부두 진입 통행로를 봉쇄하는 방식으로 경쟁 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사업활동)을 방해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1000만 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울산항운노조는 1980년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울산 지역 항만의 하역 인력 공급을 사실상 독점했는데, 온산항운노조도 허가를 취득해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영업을 방해한 것이다. 하역 작업이 지연되면서 운산항운노조는 결국 계약을 해지당했다.
하역 항만 근로에 종사하려면 직업안정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의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노조의 조합원이어야 한다. 항만 하역 회사들은 지역별 항운노조와 노무 공급 계약을 맺어 하역 근로자를 공급받는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조는 노조의 지위와 사업자의 지위를 겸하게 되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조도 적용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울산항운노조가 하역 작업을 저지한 주된 목적은 근로조건의 향상이 아니라 신규 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를 배제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행위를 노조법상 실질적인 쟁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측은 “노동조합이라도 노동조합법상 쟁의 행위의 실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공정위의 화물연대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지난해 집단 운송 거부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때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인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가 사건의 쟁점이다.
다만 울산항운노조는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여서 화물연대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적어도 노조가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해 이를 화물연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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