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고급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3세).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많아져 앉아서 쉴 시간조차 없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오후가 되면 발이 붓고 발뒤꿈치가 수시로 아프기 시작했다. 정장에 구두를 신은 채 온종일 서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이내 정상적인 근무가 버거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박씨. 근무 스케줄을 급하게 수정하고 병원을 찾은 결과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았다.
서울 시내 번화가를 걷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음을 것을 체감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수년간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렸고 ‘2023-2024 한국방문의 해’가 선포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월 대비 594.9%나 증가했고, 5월에는 그보다 398.6% 증가하며 86만 7130명을 기록했다.
관광객이 늘어나며 유통업계는 모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지난 몇 년간 적자를 지속하며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울한 나날을 보냈지만 빠르게 매출을 회복하는 중이다. 특히 해외여행과 가장 밀접한 면세업계는 대부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매출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과 매출은 늘었지만 인력 충원이 없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올해 6월 기준 면세업계 종사자는 1만5831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보다 약 55%나 줄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박 씨와 같은 면세점 직원은 구두를 신고 하루 종일 서서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수록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근무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발 건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박씨처럼 과도한 업무로 발 건강이 악화될 경우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발바닥에 위치한 족저근막은 끈처럼 얇고 긴 섬유조직으로 발바닥의 둥근 모양과 탄력을 유지해주며 충격 흡수를 도와준다. 족저근막염은 이 부분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장시간 서 있거나 걷는 직군이나 고강도의 신체 활동을 하는 운동선수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박 씨와 같은 판매직군에서 호발하는 대표적 직업병이기도 하다.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직원 근무 환경 및 건강실태를 분석한 국내 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온종일 하이힐을 신고 일하는 직원은 평균적인 20대 여성보다 족저근막염 발병률이 15.8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 밖에 밑창이 딱딱하고 불편한 신발을 자주 신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부분에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이 특징이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통증이 경감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면 염증 부위가 점차 커져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원활한 치료와 회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재발의 가능성도 커지므로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초·중기 단계의 족저근막염은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 가능하다. 한방에서는 침, 약침, 추나요법 등을 활용한 한방통합치료로 족저근막염을 치료한다. 침 치료는 뭉쳐있는 족부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근막 회복을 도와준다. 이어 신바로약침, 녹용약침 등 염증 해소와 관절 재생에 효과적인 한약재 유효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환부에 놓아 통증의 원인을 치료한다. 만약 잦은 구두 착용으로 척추 균형이 틀어져 족저근막염의 재발이 우려된다면 추나요법을 통해 척추를 올바르게 정렬하고 증상의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보행 시 충격을 흡수해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 편안한 신발 착용이 중요하다. 귀가 후 따듯한 물로 족욕을 하는 것도 발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다. 면세점과 백화점을 비롯해 장시간 서서 일하는 모든 직군의 종사자가 발 건강 걱정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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