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들이 7거래일 만에 일제히 급락했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은 실제 수혜 종목이 맞느냐는 논란까지 겹치면서 장중 극심한 변동성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학계에서도 상온 초전도체의 실제 개발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상황인 만큼 섣부른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초전도 코일 설계 작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고 알려진 모비스(250060)는 전날 대비 28.3% 급락한 3155원에 거래를 마쳤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최대주주 신성델타테크(065350)도 24.7% 수직 하락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한 민간 벤처기업이다. 이 밖에 초전도체 소재 기업으로 평가받는 대창이 26.0% 떨어진 것을 비롯해 고려제강(002240)(-16.6%), 서원(-14.6%), 덕성(004830)(-5.3%) 등 관련주들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이 이날 동반 내림세를 보인 것은 전날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체저온학회가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증위원회를 꾸린 학회는 LK-99가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내며 자석 위 공중에 부양하는 현상)를 보이지 않았다며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초전도체는 영하나 초고압이 아닌 상온·상압에서도 전기저항을 받지 않고 전력을 손실 없이 전달하는 물질이다.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의 산카르 다스 사르마 박사도 LK-99 연구 결과를 두고 “초전도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이르다”며 “데이터가 극도로 추정적이어서 확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들 종목은 LK-99 개발 소식과 함께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지난달 말부터 급등 흐름을 보였다. 특히 서남(294630)과 덕성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각각 262%, 179% 상승했다. 서남은 단기에 주가가 너무 올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거래가 아예 정지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초전도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관련주의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LK-99 제조법을 모두 공개했고 추후 설명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종목의 주가는 오후 들어 상승 반전하기도 했다. 서원은 장중 한때 18.9%까지 올랐고 덕성과 모비스도 각각 17.1%, 7.9%까지 뛰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시장에서는 로봇·2차전지·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초전도체에 과도한 기대와 의구심을 동시에 표출하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초전도체의 경우 연구 논문 정도만 나와 있고 아직 실체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단기적인 테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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