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에 국제유가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로존·인도 등의 원유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며 연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2.59% 오른 배럴당 81.5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4일 장중 81.90달러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WTI는 6주 새 약 18% 급등했다. 3일 브렌트유도 2.33% 상승한 85.14달러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4일 장중에도 85.60달러를 기록하며 올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가 지난달부터 이어온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다음 달까지 연장할 것”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감산 조치가) 추가 연장 또는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도 다음 달 원유 수출을 하루 30만배럴씩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8월 원유 수출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축 규모는 줄이되 감축 조치는 다음 달까지 연장한 것이다.
원유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됐다는 경제지표들이 나오면서 에너지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강한 고용 시장과 견조한 소비지표 등을 근거로 주요 월가 투자은행(IB) 중 처음으로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폐기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BofA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좋은 균형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그룹은 “공급 감소로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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