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종료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번갈아 흑해 연안 항구와 선박 등에 공습을 가하며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측이 전날 밤 크림대교 인근을 지나던 러시아 유조선을 해상 드론(무인 보트)으로 공격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소식통은 4일 진행된 해군과의 합동 작전에서 해상 드론에 폭약 450㎏을 실어 SIG호를 들이받았음을 시인하고 “유조선 내 원료가 충분해 멀리서도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며 폭발 규모가 상당했음을 암시했다. 이번 공습은 3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원유 수출로인 흑해 노보로시스크항에서 러시아 해군함을 공격해 불능 상태로 만든 데 이어 연달아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해안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깬 뒤 1주일 넘게 흑해 연안과 다뉴브강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항구 및 곡물 창고에 집중 포격을 가한 데 따른 ‘맞불 대응’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선을 우크라이나 본토에서 러시아 쪽으로 이동시켜 주도권을 잡으려는 취지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흑해 내 무력 충돌은 점점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4일 성명을 내고 노보로시스크·아나파 등 러시아의 흑해 항구 6곳이 ‘전쟁 위험 지역’에 해당한다고 경고한 데 이어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도 이날 러시아 선박 등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영해에서 이뤄지는 한 합법적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런 야만적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고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을 사용해 남부 자포리자와 서부 흐멜니츠키 지역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북부 하르키우주에 있는 쿠피안스크의 수혈센터도 러시아군의 유도폭탄 공격을 받았다. 이에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공격은 잠재적인 새로운 전선을 예고한다”며 “흑해 내 패권 다툼이 격화하며 세계 에너지 및 식량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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