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이용해 투자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올 들어 하루 2건꼴로 금융 당국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수백 %에 달하는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투자자를 꾀거나 유명 가상자산거래소 직원을 사칭하는 등 관련 사기가 빈번해지고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일부 사기의 경우 다단계 등 조직적인 범죄 양상으로도 진행됐다.
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금감원에 신고된 가상자산 연계 투자 사기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총 501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감원이 6월 초 가상자산 관련 사기를 전담하는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난 후 두 달간 신고 건수가 406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19건, 2022년 199건이었던 관련 피해 신고는 올 들어 7개월 만에 500건을 넘어서며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의 2.5배에 달했다.
특히 신고 접수가 227건으로 급증했던 6월 한 달을 보면 ‘고수익 보장’ 사기는 4건 중 1건인 58건(25.6%)에 달했다. 부실·허위 가상자산에 대해 “유명 거래소에 상장하면 가격이 폭등한다” “곧 상장한다” 등의 문구를 내세워 투자자를 모으고 가상자산 매수를 권유하는 식이다.
문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투자 사기가 조직적인 다단계로 이뤄지면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출범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발생한 가상자산 범죄 피해 규모는 5조 원을 훌쩍 넘겼다. 일례로 QRC뱅크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원금의 300%를 벌게 해준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가로챈 투자금은 2277억 원, 피해자는 5400여 명에 이른다.
또 다른 다단계 조직은 “반려동물 플랫폼에 쓰일 A 코인을 만들고 있는데 투자 시 150%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A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하면 수익은 수십 배에 달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꾀어내 1664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올 6월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노인·부녀자 등 금융 취약 계층으로, 이 조직이 1700억 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년에 불과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고수익 보장, 특별 저가 매수 기회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가상자산 투자 권유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원금 보장과 함께 단기간에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불법 유사 수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비상장 가상자산은 적정가 판단이 어려우므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양 의원은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가상자산 투자 사기 행태는 더욱 악질적”이라며 “아직까지 가상자산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금융 및 조사 당국의 감시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를 가상자산 연계 투자 사기 집중 신고 기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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