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을 복용하고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인도로 돌진해 여성 행인을 뇌사 상태에 빠뜨린 20대 운전자가 구속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신모(28)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9일 신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으나 뇌사 상태다.
신씨는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와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근 마약 투약 여부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신씨는 사고 당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디아제팜을 투약받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간이시약 검사에서 또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신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사고 이튿날 석방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케타민을 포함해 모두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신씨는 모두 의료 목적으로 처방받았다고 주장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관리법상 복용하려면 병원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오·남용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신씨에게서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다수 검출된 만큼 투약 목적을 조사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추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또 이르면 이날 모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씨가 코카인·대마초·필로폰 등의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신씨는 2016년 7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필로폰을 다섯 차례 투약했다가 적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사고 직후 간이시약 검사에서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는데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이튿날 석방해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신씨가 사고 현장에서 횡설수설했다는 목격자 증언과 피해자 부상 정도 등을 감안하면 일단 신병 확보를 시도하고 마약 투약 여부 등을 계속 수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신씨가 말한 병원에서 케타민을 처방받은 사실을 확인한 만큼 당장 구속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경찰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석방했다. 불공정한 수사로 비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강남경찰서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아울러 신씨는 사고 직후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태연했다는 목격담이 전해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전날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사고 직후 구호조치를 했고 최근에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구호조치를 했다고 경찰이 알려줬다'는 피의자의 유튜브 발언은 개인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영상 분석과 목격자 조사 등 현장 조사와 관계 법령·판례 분석 등 법리 검토를 통해 신씨의 사고 후 미조치(피해자 구호조치) 혐의 유무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씨의 변호사는 지난 9일 오후 자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차장검사 출신이 운영하는 법무법인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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