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첫 여름 성수기를 맞은 극장가가 암울한 성적표를 잇달아 받아 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작들이 개봉을 해 개봉 경쟁을 치열했지만 정작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말 티켓 가격이 1만5000원인데 넷플릭스 등 OTT를 구독하면 언제라도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어 굳이 비싼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 영화관 성적표가 초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개봉작 중 가장 먼저 개봉한(7월26일)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누적 관객 435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후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154만 명, ‘비공식작전’은 88만 명, ‘더문’ 4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 ‘콘유’는 이병헌, ‘비공식작전'은 하정우, 주지훈, ‘더문’은 설경구, 김희애 등 ‘흥행 보증 수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관객을 사로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엔데믹으로 극장가가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대거 출격했에도 부진한 흥행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말에 1만5000원~1만6000원 가량 하는 티켓 가격을 비롯해 OTT의 인기를 꼽았지만 정작 관객객들은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OTT거 영화보다 저렴하지만 사실 볼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영화와 OTT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개봉을 한다면, 영화를 볼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 성수기 개봉작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을 비롯해 톱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밀수’만이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을 넘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밀수’가 성공한 이유가 바로 다른 작품의 실패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밀수’는 단순하고 다소 진부한 스토리이지만 관람 연령층 타깃이 분명했다. 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음악과 배경만으로도 중장년층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고, 레트로 트렌드를 따르는 MZ세대에도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없는 영화라는 평가다. 반면 ‘더문’ ‘콘유’ ‘비공식작전’은 관객 타깃이 불분명한 데다 1020까지 즐길 수 있는 취향의 소재를 다뤘다 해도 이들 사이에서 배우들의 티켓 파워는 다소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코로나를 지나면서 영화는 명확한 관객 타깃이 있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장르가 됐음에도 아직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 암울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라는 것이다. 올해 성수기 작품 중 한 작품만 관람했다는 A씨는 “많은 영화들 개봉을 해서 뭘 고를지 고민하다가 결국 한 작품만 봤는데 친숙하면서도 쉬운 작품, 내가 아는 배우들이 작품에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보게 됐다”며 “영화가 너무 비싸서 못 볼 정도는 아니고 사실 개봉작은 많지만 볼 작품이 딱히 많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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