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의 자존심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최근 수주한 호위함 5·6번함에 대해 방사청을 대상으로 법원에 '우선협상자 대상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1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을 신청하는 등 함정 분야에서 양사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HD현대중공업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기술점수다. HD현대중공업은 “1번함(충남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점수에서도 한화오션을 크게 앞섰음에도 보안사고 감점으로 수주에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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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 한화오션은 91.8855점으로 점수 차는 0.1422점이었다. 기술능력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72.3893점으로 한화오션보다 0.9735점 높았다. 소수점 차이로 수주 여부가 갈리는 특수선 시장에서 1점에 가까운 기술능력평가 점수 차이는 꽤 큰 편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과거 불공정행위 이력으로 1.8점의 감점을 받아 최종적으로 입찰에서 떨어졌다. 이 감점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낸 KDDX 개념 설계도를 HD현대중공업 직원 등이 빼돌렸고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우려하는 것은 보안사고 감점이 5~6년 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단서 조항에 따르면 ‘형 확정 후 3년 간’ 감점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벌점 적용 시점은 수년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HD현대중공업은 최대 5년 가량 사실상 국내 함정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발생한 함정 연구개발 자료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불합리한 규정에 따라 실제 불이익을 받는 방산업체로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이제는 함정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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