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을 앞두고 '신명품' 브랜드 내 정장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컨템포러리 패션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탄생)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등이 정장류도 전통 브랜드가 아닌 취향에 따라 구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정체기를 맞은 전통 정장 브랜드는 레저와 캐주얼 상품군을 강화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5일 삼성물산(028260) 패션에 따르면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의 올해 1~7월 정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특히 20~30대 구매 비중이 2019년 33%에서 지난해 60%대까지 높아지며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인기 상품은 호주 태즈매니아 지역 농장에서 방목을 통해 얻은 울 소재로 제작해 신축성이 뛰어난 '굿울 슈트'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종혁 띠어리 팀장은 "친환경 소비 패턴과 정보력을 갖춘 취업준비생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구매가 늘어난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은 오는 10월 가을·겨울(FW)시즌에 맞춰 '랑방 옴므'의 디자이너를 역임한 루카스 오센드리버와 협업한 고급 정장 캡슐 컬렉션을 내놓고 젊은 소비층 겨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수입하는 영국 브랜드 '폴스미스'의 올해 20~30대 구매 비중도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한 벌 세트나 단품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셋업 슈트 스타일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재킷 한 벌당 가격이 100만 원에 육박해 '정장계 신명품'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정장 브랜드 '라르디니'도 20~30대 구매 비중이 지난해 약 29%에서 올해 들어 40%대까지 커졌다. 젊은 남성 고객이 주로 찾는 29CM에서는 인기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인 '브라운야드'와 '포터리'의 지난해 매출이 입점 첫 해 대비 수십 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에 따라 대면 면접이나 비즈니스 미팅이 재개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장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라며 "클래식한 울 소재뿐 아니라 면으로 만들어 활동성을 높인 정장 재킷도 20~30대가 주로 찾는 종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통 정장 브랜드 시장은 정체기를 맞았다. 주 소비층인 40~60대가 사내 복장 자율화 등에 따라 간편한 출근복을 찾고 있는 게 타격이 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남성정장 시장규모는 4조 5000억 원대로 2018년보다 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50대 이상 고객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갤럭시'와 '로가디스' 등 전통 정장 브랜드는 캐주얼 비중을 80%대로 확대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올 1~6월 갤럭시의 캐주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해 전체 매출신장률(10%)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코오롱FnC가 2007년 인수한 남성 정장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는 지난해 리뉴얼을 통해 온라인 전용라인인 '아놀'을 론칭하고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재킷 등을 선보였다. 패션 기업 신원(009270)은 내년 상반기부터 90여 년 역사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까날리'를 들여오는데, 기존 정장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골프 등 레저웨어 상품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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