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전담 자산관리(WM)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증권사들이 중소 지점을 통합한 거점형 지점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고급화한 공간에서 전문 상담에 집중하는 서비스가 새 수익원 창출과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 증권사들의 점포 통합 작업이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15곳 가운데 9곳(60%)이 지난해 말보다 지점 수를 줄였다. 지난해 말과 동일한 수의 지점을 유지하는 증권사는 5곳(33.3%), 지점 수를 늘린 회사는 1곳(6.7%)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금융지주를 낀 계열사들의 점포 감소 폭이 대체로 큰 편이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104곳(라운지 포함)에서 이달 90곳으로 점포를 줄이며 거점화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신한투자증권의 지점 수도 지난해 말 79곳에서 올 8월 74곳으로 줄었다. 은행을 계열사로 두지 않은 증권사들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지점 수가 70곳에서 66곳으로 감소했고 한화투자증권(003530)이 43곳에서 42곳, 교보증권(030610)이 28곳에서 27곳, 하이투자증권이 25곳에서 22곳, IBK투자증권이 24곳에서 23곳, DB금융투자(016610)가 22곳에서 20곳, 대신증권(003540)이 44곳에서 43곳으로 각각 줄었다.
증권 업계가 이렇게 경쟁적으로 지점을 감축하고 나선 것은 단순 점포 수보다 WM 등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양질의 대형·고급 거점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점을 통합해 고객 상담실을 넓히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하기도 쉬워진다.
실제로 이들 증권사 대다수는 단순히 지점을 없앤 게 아니라 기존 중소형 지점 2~3곳을 대형 점포로 통합 개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제주·서귀포지점을 합쳐 제주금융센터를, 대구·월배·위브더제니스지점을 합쳐 대구금융센터를, 인천·계양지점을 합쳐 인천금융센터를 각각 새로 구축했다. 강남금융센터와 광진금융센터 등 기존 거점형 지점은 잠실신천역지점·노원역지점과 각각 통합해 규모를 더 키웠다. 신한투자증권은 대형 거점을 통해 올 상반기에만 업계 최다인 108회의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지점 통합을 진행했다”며 “복잡한 금융 상품이 증가하면서 관련 상담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기에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에 넓고 쾌적한 거점형 지점을 개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참가 인원과 공간 문제로 소형 지점에서는 불가능했던 세미나가 거점 지점에서는 가능해졌다”며 “거점형 지점 도입으로 주차 문제도 해결돼 고객과 직원 편의성이 동시에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점 수를 유지하는 증권사 상당수도 지점 통합 흐름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18곳의 지점을 유지하는 유진투자증권(001200)은 2020년 4월 이미 압구정·역삼·잠실·강동·대치 등 강남 지역 5개 지점을 합쳐 챔피언스라인지금융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증권사는 같은 해 10월에도 강북 지역 3개 지점을 합한 서울WM센터를, 이듬해에는 분당WM센터와 광주WM센터를 잇달아 선보였다. 미래에셋증권(006800)(78곳), 삼성증권(016360)(29곳), 신영증권(001720)(9곳), 메리츠증권(8곳)도 지점 수를 그대로 놓아두면서 업계 추이를 살피고 있다. 현대차증권(001500)은 지난해 말 21곳에서 올해 22곳으로 점포를 1개 늘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WM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고 이른바 ‘큰손’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지점 거점화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고객과 직원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지점 통합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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