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태 추가 조사 결과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후속 조치에 금융투자 업계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가 유야무야 넘어갔던 사안을 이복현 금감원장이 강한 의지로 재검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우연찮게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날 조사 결과를 갑자기 발표했다는 점도 특이 사항이라고 지목했다. 정계와 업계에서는 금감원 조사의 여파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금감원은 24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개 운용사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인사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자금 횡령, 임직원 사익 추구 등 새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1월 말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테스크포스(TF)’를 설치해 이들 운용사3곳을 집중 검사하고 새 혐의를 5월부터 검찰에 수차례 통보했다.
업계와 정계·법조계에서는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했던 A 다선 국회의원이 환매 중단 직전인 2019년 8~9월 2억 원어치의 특혜성 환매를 받은 사실이 적발된 점에 주목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가 환매를 중단한 규모는 1조 원 이상, 디스커버리 펀드는 2500억 원대에 달했다. 라임 펀드가 2017~2021년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에서 2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칫 횡령 자금이 정치권 등에 흘러갔다면 후속 수사 결과는 총선 정국에 돌입할 올 연말까지 여야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앞서 정치인 로비 의혹에 대한 라임 사태 수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로 중단된 바 있다. 현 정부 들어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기소됐으나 수사 기관이 실체를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민주당·금감원·검찰 등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기록된 내부 문건이 나왔는데도 검찰이 로비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 장하원 대표가 운용하는 상품이라는 소문으로 투자자 유치에 성공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하필 공교롭게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날 비슷한 시점에 조사 결과를 공표한 점에도 주목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당초 금감원은 이날 해당 사안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가 전날인 23일 전격적으로 브리핑 일정을 잡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단독 발표를 결정했다. 금감원의 이번 움직임에 정치적인 고려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 이유다.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첫날부터 라임 사태 등을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추가 검사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이 나온 뒤 중단했던 NH투자·대신·KB증권 등에 대한 제재 논의를 재개했다. 금감원은 앞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해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함용일 부원장은 “이전 금감원의 검사·제재는 운용사와 판매사 중심의 불완전 판매, 금융사 CEO의 내부통제 책임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에는 피투자 기업 횡령을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업체들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정치권을 향한 내용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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