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던 손흥민(31·토트넘) 혹사 논란은 5년 전 이맘때 처음 나왔다. 2017~2018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종료 후 곧바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그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시점이었다.
실제로 손흥민은 2018~2019시즌 전 세계 그 어떤 축구 선수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목표했던 금메달을 획득한 뒤에도 A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장거리 이동을 마다하지 않은 그는 2019년 1월에 또 다른 국제 대회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전해야 했다. 소속팀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하면서 손흥민이 한 해 동안 뛴 공식전은 무려 78경기(토트넘 53경기·대표팀 25경기)나 됐다. 영국 BBC는 “손흥민이 휴식 없이 한국을 오가며 11만 600㎞를 이동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4년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에이스의 숙명일까. 손흥민에 이은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PSG)이 2023~2024시즌 강행군을 앞두고 있다. 올여름 PSG와 계약하자마자 일본과 한국으로 아시아 투어에 동행한 뒤 곧바로 프랑스에서의 첫 번째 시즌을 시작한 그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9월 중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첫 경기는 다음 달 19일 쿠웨이트전이다.
아시안게임은 일정이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이틀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지는데, 만약 한국이 결승전(10월 7일)까지 진출한다면 3주 동안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손흥민은 직전 아시안게임 기간에 조별 리그 1경기를 제외한 6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강인의 합류 시점이다. 아시안게임은 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구단이 선수를 보낼 의무는 없다. 이강인은 PSG와 계약할 당시 아시안게임 출전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갑작스러운 부상 소식에 합류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PSG는 22일 “이강인이 왼쪽 대퇴사두근(허벅다리 앞쪽의 큰 근육)을 다쳐 최소 A매치 휴식기(9월 4~13일)가 끝날 때까지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강인의 회복 속도에 따라 합류 시점이 변동될 수 있고, 대회에 맞춰 부상에서 회복하더라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채로 그라운드에 서야 한다.
내년 1월에는 카타르에서 아시안컵이 펼쳐진다. 아시안컵은 FIFA가 인정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유럽 리그 시즌 중에도 문제없이 차출이 가능하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클린스만호가 최대 소화할 수 있는 경기는 또 7경기다. 여기에다 올해 10월과 11월, 내년 3월과 6월에 FIFA에서 정한 A매치 주간(2경기씩)도 있다. 11월 A매치 기간부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C조에서 경쟁하는 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 국가로 원정 경기도 떠나야 한다.
이강인의 소속팀 PSG가 11시즌 연속 챔스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이강인이 올 시즌 소화해야 할 경기는 4년 전의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혹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4년 전 손흥민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은 물론 소속팀 경기가 모두 중요한 만큼 이강인이 더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치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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