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급속히 침체하면서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 11곳 중 7곳의 주가가 1000원에도 못 미치는 ‘동전주’로 전락했다.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 대부분은 중국 본토 매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기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11곳 중 형성그룹·로스웰(900260)·글로벌에스엠(900070) 등 7곳이 1000원 미만에 거래 중이다. 특히 골든센츄리(900280)와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 씨케이에이, 오가닉티코스메틱(900300) 등 4개사는 10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윙입푸드(900340)·GRT(900290)·컬러레이(900310)·크리스탈신소재(900250) 등 4개 종목은 동전주 신세는 면했지만 주가가 한 주당 5000원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는 6월부터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각종 지표로 구체화하자 급격히 꺾였다. 지난해 말 364원에 거래되던 골든센츄리는 6월 말 209원까지 하락한 후 29일에는 187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중국은 16~24세 청년 실업률이 6월에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소매 판매도 올 해 4월 18.4%에서 6월 3.1%로 급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컨트리가든이 10억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 원)를 지불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지자 이달 중순부터 중국 기업 주가는 또 한번 휘청했다. 이달 14일부터 보름간 헝셩그룹이 24.65% 급락했으며 골든센츄리(-7.43%), 글로벌에스엠(-3.70%)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3.40%), 오가닉티코스메틱(-2.16%), 씨케이에이치(900120)(-1.35%) 역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동전주 7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올 초 3201억 원에서 29일 2413억 원으로 24.6% 줄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어 실적 악화 부담은 실제 커지고 있다. 화장품 기업인 오가닉티코스메틱은 본사가 홍콩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매출 중 99% 이상이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한다. 이 기업은 지난해에도 63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2010년 초만 하더라도 우후죽순 국내 증시에 상장하던 중국 기업들은 ‘고섬 사태’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섬은 2011년 상장 직후 3개월 만에 1000억 원대 분식 회계가 드러나 상장폐지됐다. 한국에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벌이들인 후 특별한 이유 없이 증시를 떠나는 중국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주가 레벨은 더 낮아졌다. 최대주주가 중국계 법인인 SNK는 공모 자금으로 임직원 스톡옵션 파티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지난해 자진 상폐했다.
잇딴 먹튀 행태에 2016년 이후 신규 상장이 0건에 그친 가운데 앞으로도 중국 기업의 상장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만 국내에 했을 뿐, 한국과 전혀 무관한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스엠·골든센츄리의 본사는 조세 피난처인 케이만 군도에 있는가 하면 크리스탈신소재는 2020년 10월 이후 홈페이지 내 IR 자료실에 어떤 정보도 올리지 않고 있다.
적은 수급으로도 주가 조종이 가능한 동전주 특성상 초단타에만 이용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주가가 200원 내외인 헝셩그룹은 이달 11일 29.61% 올랐다가 16일 하루만에 16.15% 급락했다. 헝셩그룹은 지난달 주가 하락에 대해 “임직원 매도가 없었다”고 밝혔는데 한달도 채 안돼 사실상 지배주주인 후이만킷 동사장(회장)이 420만 주를 시간외매매로 팔아치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차례 상장폐지를 거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낮다” 며 “실적과 관계 없는 주가 급등락을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