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6년 임기에 대한 소회를 ‘첩첩산중’이었다고 표현했다. 재임 기간 사법 불신만 키웠다는 법원 안팎의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정치 사법화·사법 정치를 이야기한 지 오래됐는데,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거짓해명 논란’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정당하게 진행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6년 동안) 산을 넘어도 산이 있었다”며 “오리무중은 아니었고, 갈 방향은 가지고 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사다난했던 6년 임기였으나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본연의 책무를 충실했다는 취지다.
재판 지연·정치 편향 등 지적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 지연에 대해 “법관이 예상만큼 충원되지 못했고, 코로나 19 확산으로 재판 기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등법원 부장 승진제 폐지 등 임기 중 도입한 제도가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는 데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판사가 승진 제도가 있으면 성심을 다하고, 없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이 균형을 갖춘 구성이 되도록 노력했고, 제게 맞는 편향적 대법관을 제청하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다”며 대법관의 이념분포가 편향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했다.
특히 정치 사법화와 이른바 ‘진보·보수’의 편가르기 양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치·사법의 역할이 따로 있는데, 정치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사법으로 넘어오니 정치의 사법화라는 말이 나온다”며 “정치의 문제가 사법으로 왔을 때 결국 법원은 법리라는 틀에 의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 판결을 했을 때는 진보 쪽에서 반대의 경우는 다른 쪽에서 공격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사법부 신뢰와 재판 권위를 무너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면담 과정에서 제기된 이른바 ‘거짓 해명 논란’과 검찰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당한 절차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지금도 여전히 송구하다는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임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2018년 검찰 수사에 협조한 데 대해서는 “그 시점에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언급한 사법 신뢰와 재판권위 회복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라며 “후임 후보자 말씀처럼 그런 일들이 잘 진행돼 뜻과 성과를 이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임기 중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업적은 형사전자소송의 도입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가장 아쉬운 일로는 상고제도 개선을 꼽았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변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