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 아너(honor)의 신제품이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구체적인 스펙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9㎜의 ‘초슬림’, 패션 액세서리를 표방한 디자인 등 확실한 특색을 드러내면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중국 업체들의 발빠른 추격전 속에 삼성전자의 ‘초격차’ 수성이 갈수록 버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2’와 패션 액세서리를 표방한 ‘V펄스’ 컨셉 제품을 각각 공개했다.
아너는 2020년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아너의 조지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IFA 기조연설에 나서 “가장 가볍고,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을 주류로 만들겠다”며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아너는 매직 V2를 내년 상반기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이날 첫 선을 보인 매직 V2는 9.9㎜의 두께로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인 갤럭시 Z폴드5(13.4㎜)보다 3.5㎜ 더 얇다. 폴드5와 마찬가지로 내부 화면 뿐 아니라 외부에도 디스플레이를 갖춘 형태다. 무게도 231그램(g)으로 폴드5(253g)보다 가볍다.
삼성 갤럭시 S23 시리즈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가 적용됐고 16기가바이트(GB) 램과 최대 1테라바이트(TB)의 저장 용량을 갖췄다. 배터리는 5000밀리암페어시(mAh)다. 판매 가격은 중국 내수 기준 256GB 모델이 8999위안(약 1250달러)으로 폴드5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품을 실제로 만져 보니 폴드5보다 얇아 한 손에 잡기 더 편한 느낌이었다. 접히는 부분 또한 디스플레이의 굴곡이 크지 않아 화면을 보는데 무리가 없었다.
이와 함께 지갑과 같은 형태로 패션 액세서리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V펄스’도 공개됐다. ‘휴대폰에서 지갑까지’를 표방한 이 폴더블폰은 제품에 체인 등 다양한 액세서리 부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콘셉트 제품이다. 외부 디스플레이 전면에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AOD)를 적용해 겉으로 볼 땐 고급스런 디자인을 갖춘 지갑처럼 보이도록 할 수 있다. 전시 부스에서 공개된 시제품은 움직일 때마다 외부 디스플레이의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아너의 폴더블폰은 IFA 첫날 전체 전시 제품 중 가장 주목받은 제품으로 꼽혔다. 기자가 찾은 아너의 전시 부스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관람객들이 몰려 제품을 살폈다.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지만 아너를 비롯해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매섭게 추격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9%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올해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0%포인트 하락해 5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화웨이가 14%, 아너와 오포가 각각 8% 등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막강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가면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폴더블폰이 예전엔 모양만 흉내낸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정도로 올라오고 있다”며 “폴더블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아진다는 점은 시장 확대를 위해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기술력 우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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