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시민들과 함께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주주들의 재산권과 일반 국민들의 환경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린피스는 2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청구 소식을 알렸다. 이번 헌법 소원 청구서의 쟁점은 자본시장법의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이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 능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판단하는 데 반드시 참고해야 할 투자 정보가 됐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 공시 의무가 포함돼있지 않다.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기후공시를 의무화했거나 의무화를 논의 중이며 국제회계기준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행 자본시장법은 기업의 투명한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아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위기 관련 위험과 대응, 전략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재산권이 침해된다. 또한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으면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을 수 없고, 결국 국민의 환경권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대리인인 이영주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기본권의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고, 이는 헌법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는 의미"라며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능력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이고 국가는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 공시 의무를 자본시장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 소원에는 167명의 시민 청구인단이 동참했다. 주식 투자자이자 대학생인 김민재 참가자는 “경제 주체는 법적 효력을 갖는 기후 공시 없이는 정보 불균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후 공시는 투자자에게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와 기업에게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올해 3분기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발표 예정이었으나 도입 시기와 범위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 탓에 올 4분기로 미룬 상황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피스 측은 “위반 시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률에 기후 공시에 관한 최소한의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며 “조속한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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