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 그것도 역사의 영웅이라고 볼리던 이를 연기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서윤복 마라토너를 연기한 배우 임시완이 역할에 임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 출연한 임시완 배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1947 보스톤'은 전설의 마라토너 손기정(하정우)와 서윤복(임시완)의 마라톤 도전기가 담긴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 임시완은 손기정의 지도 아래 자라나는 새싹 마라토너 서윤복을 연기했다.
임시완은 서윤복이라는, 과거 영웅으로 불렸던 마라토너를 연기해야 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신체적인 부담감, 물리적인 부담감보다는 실존 인물을 분해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컸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루신 분들이기에 그분들의 그때 당시의 열정이나 간절함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 각오가 내가 되어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당시의 고민들을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대단한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자료가 손쉽게 찾아지지 않아서 의아했다. 서윤복 선생님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가미됐다. 손기정 선수를 굉장히 존경하는 사람인데 앞에 있어서는 시니컬하고 불만 덩어리다. 그런 방향성으로 생각해서 연기를 해봤는데 감독님이 어떠한 별다른 터치가 없으시더라. 이 방향으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본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다"며 "처음 읽었을 때는 원초적으로 가슴에서 뭉클함이 있었다. 단순히 그런 마음으로만 결정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이 작품에서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분석을 하고 싶었다. 결국은 마음의 울림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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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은 마라토너의 몸을 만들기 위해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을 견뎌야 했다. 그는 "연기자보다는 선수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아침 훈련하고 점심에 PT 하러 가고 저녁에 보강 훈련할 때도 있다. 삼시 세끼 닭가슴살도 먹었다. 이것이 기본값이었다"며 힘들었던 때를 회상했다. 이어 "5개월 동안 일상이었다. 운동을 계속 해놔도 근육이 실시간으로 수축되니까 컷과 컷 사이에 운동을 계속해야 했다.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임시완은 함께 작업한 강제규 감독을 향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강제규 감독과의 인연을 두텁게 쌓았다. 그는 "너무 (출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사회 때 감독님한테 또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렸다. 보고 나서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좋은 작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임시완은 강제규 감독과 관련된 어린 시절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 가족이랑 같이 영화관에서 처음 영화를 본 것이 '쉬리'였다. 그때 영화에서 유도하는 감정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온전히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였던 경험이었다. 서로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을 보며 마음이 먹먹했다. 한동안 거의 영화를 못 볼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감독님과 성인이 돼 작업을 함께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한국 영화 산업은 강제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도 있다. 그런 대단한 감독님과 작품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임시완의 노력이 담긴 '1947 보스톤'은 극장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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