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찾은 배우 송중기에게는 설렘이 가득하다. 신인 시절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순간들이 그를 스친 것이다. 이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된 그는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일환으로 송중기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송중기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해 영화 '오감도' '이태원 살인사건' '마음이2' '티끌오마 로맨스' '늑대소년' '군함도' '승리호' '화란', 드라마 '트리플' '산부인과' '성균관 스캔들' '뿌리깊은 나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태양의 후예' '아스달 연대기'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송중기는 "초대받게 돼 진심으로 영광이다. 오랜만에 영화 소개로 오게 됐다"며 "요즘 워낙 한국 영화 상황이 어렵다 보니 더욱 간절해지고 소중해지는 자리"라고 인사했다. 이어 "윤여정 선생님도 올해 액터스 하우스에 함께하지 않냐. 그 카테고리에 함께하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영화제를 즐기는 편인 송중기에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설렘이었다. 그는 "나는 관객과의 대화(GV)를 즐기는 편이다.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 있더라"며 "영화제에서만 할 수 있기에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제는 항상 신나고 설렌다"고 미소를 보였다. 그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고 소름이 돋는다. 영화 '늑대소년'으로 처음 왔다"며 "처음으로 스크리닝을 했는데, 당시 내가 신인 배우라 관객이 많이 안 올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런데 계단까지 꽉 차서 함께 반응을 한 게 좋았다"고 떠올렸다.
송중기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화란'으로 찾았다. 그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한 소년과 한 청년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위로해 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잘 진행되지 않으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며 "두 청년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인데, 멜로라고도 생각한다. 어떤 분들인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건달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또 다른 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화란'으로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도 방문한 송중기는 당시의 설렘을 전했다. 그는 "칸 영화제 방문이 영화인들이 영화를 만드는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영광스러운 건 사실이다.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대받아서 더욱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초에 헝가리에서 영화를 찍고 있었는데, 제작자에게 전화가 와서 '턱시도를 맞추라'고 하더라. 순간 정지가 됐다"며 "중요한 감정신이 있었는데,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고 회상했다.
송중기는 처음으로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배우 데뷔 전 국가대표를 목표로 쇼트트랙을 하던 운동선수였다. 고등학교 시절, 운동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배우라는 직업을 입 밖에 내뱉게 됐다. 그는 "부모님에게 말했는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부정적으로 말씀하셨다. 당시 '내가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게 맞자? 뜬구름이나 허세인가?'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며 "그 경계에서 혼자 고민했는데, 부모님 반대가 심해서 못했다고 한 건 맞는 말이 아니다. 내가 용기와 확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계가 무너진 건 확신이 생겼다는 뜻이다. 대학교 들어가고 군대를 가기 전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송중기의 실행은 작은 부분부터 시작됐다.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로 현장을 처음 경험한 것이다. 그는 "운좋게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보조 출연자로 갔는데, 조감독님이 정장을 입히고 대사를 줬다. 짧은 대사인데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고,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더라"며 "또 바로 앞에서 성동일 선배님의 연기를 봤는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떠올렸다.
배우로 데뷔한 후에도 송중기의 쇼트트랙 경험은 빛을 발했다. 그는 드라마 '트리플'에서 스케이트 선수 역할을 맡으며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그는 "이런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내꺼라고 생각했다. 한 번 떨어지고 다시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쇼트트랙으로 악과 깡을 배웠다. 지구력 운동을 많이 하는데, 작게 보는 것보다 거시적으로 보는 게 단련되지 않았나 싶다"며 "참는 법, 길게 하는 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송중기를 스타로 만들어 준 건 영화 '늑대소년'이다. 그는 "처음에 제안이 왔을 때 거절했다. 당시 주인공을 맡기 시작하면서, 잘하고 싶은 욕망에 힘이 들어갔다"며 "'대사도 없는 영화를 왜 주지?'라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이후에 대본을 다시 봤는데, 소름이 쫙 돋았고 '내가 왜 거절했지?' 싶었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늑대소년'에서 철수 역을 맡으며 비언어적 표현에 대해 배웠다. 그는 "처음에는 대사가 없으니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손발이 묶인 기분이었다. 해결책을 준 분이 같이 작품에 나온 이준혁이었다"며 "또 상대배우의 말을 계속 들으면서 '상대의 연기를 계속 보는 게 중요한 거구나'를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현재 내가 누리는 영광은 많은 선배님들이 드러나게 드러나지 않게 쌓아온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 산업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배우라고 한다면, 비겁한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책임질 줄 아는 배우가 돼야 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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