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백악관에 유가가 높다면 내년 초 원유 생산량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양국 관료를 인용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사우디는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인정하되, 그 대가로 미국은 사우디와 방위 협정을 맺는 합의를 추진 중이다. 사우디의 증산 의향은 이 과정에서 미국 의회의 환심을 사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다. 2018년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 등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 의회에서는 사우디를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한 상태다. 결국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려 유가를 안정시킴으로써 미국 의회를 설득시키고 나섰다는 해석이다.
WSJ은 "사우디의 주목할 만한 태도 변화"라고 평가했다. 실제 사우디는 1년 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가를 낮추기 위해 증산을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며 미국 정부에 심각한 부담을 안겨준 바 있다.
또 WSJ은 "사우디가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년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점은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미만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가 행동을 암시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유가 상승에 베팅하지 않아 결국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미만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8센트(0.58%) 오른 배럴당 82.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부 투자은행(IB) 들은 유가가 이르면 연말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을 한 바 있다.
다만 WSJ은 “사우디 측이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과 관련한 조치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고 다른 소식통들도 이번 논의가 유가를 낮추기 위한 장기적 합의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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