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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명 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도 알고 있는 韓 저출산 문제

■2023 노벨경제학상 기자회견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 교수

“韓 빠른 변화로 출산율 저하”

“직장·기성세대·젊은 남성이 바뀌어야”

여성 임금격차 등 여성·가족 분야 석학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9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톤 하버드대에서 열린 2023 노벨경제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흥록특파원.




“1인당 출산율 0.86명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77·여)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 골딘 교수는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 문제 등 여성과 가족 관련한 경제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학자다. 그가 0.86명이라는 지난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세계 경제학계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정도로 유례없는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골딘 교수는 9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에 둘러 싸여 있고, 이에 경제와 사회의 변화가 빠를 수록 전통과의 충돌은 더욱 많아진다”며 “20세기 후반 한국 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이 같은 변화를 겪으면서 이전 세대가 신규 세대가 가져온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한국, 일본의 경우 이렇게 적응할 수 있는 여력이 적었다”고 말했다. 사회와 경제의 급속한 변화로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 진출은 양과 질의 측면에서 급상승했지만, 사회 제도와 문화는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출산 저하로 연결됐다는 진단이다.



골딘 교수는 변화에 뒤쳐지는 주체를 기업이라고 꼽았다. 그는 “(저출산의 문제는)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직장의 문제로 직장들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성세대와 젊은 남성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변화가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아주 아주 어렵다”며 “사회의 기성세대, 특히 그들의 딸 보다는 아들에게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른들을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에 대한 인식을 높인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선정됐다. 골딘 교수는 역대 세 번째 여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됐다. 스웨덴 중앙은행 재원으로 1968년부터 수여된 경제학상 수상자 중 여성은 92명 중 2명뿐이었다.

골딘 교수는 자신의 수상 자체가 경제학계에서 여성이 받는 편견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대표한다고 봤다. 골딘 교수는 “경제학계에서 여성 학자는 금수저라는 매우 특별한 관점을 갖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놀라운 일”이라며 “경제학은 불평등에 관한 것이고, 여성 노동력에 관한 것이자 건강에 관한 것”이라며 여성과 남성의 직업 선택과 관련한 편견을 깰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하버드 경제학부에서 종신 교수를 확보한 첫 번째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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