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수 천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그 배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지난 7일(현지 시간) 하마스는 육해공의 경로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며 이에 이스라엘도 9일 새벽 가자 지구 내 500곳의 목표물을 전투기, 헬기, 포병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
하마스의 선제 공격은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주도 하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협약’에 서명했다. 이스라엘은 최근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 주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국교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와 속속 관계를 정상화하고 나서자 고립될 것을 우려한 하마스가 행동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합병 움직임도 하마스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 과정에서 서안지구를 강제 합병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무장세력 간 공격이 증가하고 있었다”며 “이스라엘 극우파들이 팔레스타인 영토 합병을 거듭 촉구한 것 역시 이번 공세를 부추겼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외에 사법제도 재편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내 분열이 심각한데 이 같은 정치적 혼란상을 하마스가 파고들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이란도 오랜기간 지지를 해온 하마스를 돕는 방식으로 양측이 대리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틀 연속 통화를 하고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존 최대 규모 항모인 제럴드포드 항모 전단을 동지중해로 급파했고 F-35 등 역내 전투기 편대도 증강했으며 이스라엘에 탄약 등 군장비를 신속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한 정황 또한 드러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 계획에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도움을 줬고 이달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가지 하마드 대변인도 BBC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과 관련해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았다”며 “이란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와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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