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의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면서 국제유가와 금 가격이 상승 폭을 키운 반면 아시아 증시는 급락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하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갉아먹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4.43% 오른 배럴당 86.58달러, 브렌트유 가격은 4.24% 오른 89.66달러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금 가격 역시 2.55% 상승한 1916.56달러에 거래됐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 10년물에도 돈이 몰리며 금리는 이날 장중 0.112%포인트 내린(국채 가격 상승) 4.587%를 기록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106.5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이날 홍콩항셍지수는 2.33% 하락한 1만 7813.45, 상하이종합지수는 0.64% 미끄러진 3088.1에,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55% 빠진 3만 2315.99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긴축 공포가 되살아난 데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쟁에 따른 세계경제 영향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우선 전쟁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만 국한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압력으로 이란의 산유량이 줄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4달러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0.1%포인트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전쟁이 확대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전황이 변모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약 94달러로 10% 상승하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며 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껑충 뛰고 내년 세계 성장률도 1%포인트 내려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른 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액도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또 내년 물가 상승률도 1.2%포인트 올라가 6.7%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중동전문 연구원은 “중동의 어떤 나라도, 심지어 이란까지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지역 내 전방위적인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판단 착오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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