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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린 HSBC·BNP…카카오 등 560억 불법 공매도

■글로벌IB 무차입 공매도 첫 적발

호텔신라 등 110개 종목 시장교란

부서끼리 주식거래 시스템 미입력

중복계산만큼 사후 차입으로 메워

금감원, 역대 최대규모 과징금 예고

국내 계열 증권사 연루 등 조사확대

서울경제DB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카카오(035720)호텔신라(008770) 등 110개 한국 기업에 대한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벌여오다가 금융감독 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금융사가 해당 기업에 별다른 악재가 없었음에도 장기간 고의적으로 공매도를 해왔다고 보고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글로벌 IB가 국내에서 악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금감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과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콩 소재 BNP파리바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 기간 중 카카오를 포함한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는 다수의 부서를 운용하면서 필요 시 부서끼리 주식을 빌려줬는데 이를 내부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다. 그 결과 소유 주식이 중복 계산됐다. 하지만 결제수량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고 사후 차입으로 메웠다. BNP파리바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이런 내용을 알고도 해당 주문을 계속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으면서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기존 불법 공매도가 주문 실수나 착오에 의한 것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외국계 대형 IB가 의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해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HSBC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를 비롯한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회사는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공매도 주문을 했다. 차입한 물량으로만 공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국내법을 위반한 셈이다.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로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온 외국계 IB들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두 금융사에 과징금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최대 과징금은 3월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38억7000만 원이었다. 현재 해당 금융사들은 불법 공매도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시스템 개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국내 수탁 증권사에서도 고의성이 확인된 만큼 과태료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향후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무차입 공매도 여부에 대한 조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IB의 경우 장 개시 전 보유 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해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 다른 IB에 대해서도 이상 거래 발견 시 즉시 조사에 착수할 생각이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그동안 1000만 명에 이르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에 불신을 표시해왔고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는데도 글로벌 대형 IB들이 잘못된 걸 알고도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해왔다”며 “다른 해외 IB들에도 조사를 확대해 우리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 행태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외국계 금융사들의 불법 공매도 건수가 상당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건수는 45건, 과태료·과징금 부과액 합계는 107억475만 원이었다. 외국계 금융사의 공매도 제재 건수는 45건 중 23건으로 절반 수준이었지만 과태료·과징금 규모액 기준으로는 92%를 차지한다.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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