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6일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고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22일째 이어지고 있는 대법관 공석에 이어 대법관 인사까지 불투명해지면서 상고심 선고 차질 등 대법원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대법관)은 이날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고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안 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은 잠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현상유지가 원칙이므로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는 사항은 그 권한을 행사하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유보하거나 자제하는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안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내년 1월 1일 만료된 데 따라 대법관 임명 제청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었다. 자칫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까지 공석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대법관 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안 권한대행이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경우 스스로 후임을 임명제청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가 임명되는 과정에 맞춰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받는 절차를 진행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추천권 역시 대법원장의 몫이다. 결국 대법관 임명제청이 헌법상 규정된 대법원장 고유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법조계의 기류를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권한대행 체제에서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전례는 없다.
문제는 법원장 공석 사태가 향후 대법관 임명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자칫 상고심 선고 차질 등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헌정 사상 대법원장이 공석이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대통령이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통과해 임명되기까지는 추가로 최소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임명이 내년 초까지 미뤄질 경우 대법관 임명 절차마저 이뤄지지 못하면서 대법관 14명 가운데 3자리가 비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관이 공석이면 전원합의체 구성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상고심 사건 처리도 자연스럽게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만 회의에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법관과 법원공무원 정기인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판례 변경 등을 결정하는 전원합의체 선고도 안 권한대행을 재판장으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원행정처의 한 관계자는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사건의 선정, 선고 여부 등은 권한대행이 사건의 시급성·필요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전원합의체에 상정된 사건은 총 5건이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대법원장 후보자로 오석준(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 이광만(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종석(15기) 헌법재판관, 조희대(13기) 전 대법관, 홍승면(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추천했다. 다만 변협에는 추천권이 없어 최종 후보자로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변협은 전국 지방변호사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대상으로 내부 사법평가위원회에서 논의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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