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한시 연장한다고 밝혔다. 겨우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중동발(發) 유가 급등으로 또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추 경제부총리는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사태 전개에 따라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할 수 있다”며 “10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 연동 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으로 휘발유의 경우 25%, 경유는 37% 인하된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다소 진정되던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이 다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등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7.6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78달러(5.8%) 오르며 지난달 3일(89.23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9달러(5.7%) 상승한 배럴당 90.89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올 4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향후 유가 향방은 전쟁 장기화 및 이란의 직접 개입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서방의 제재 강화로 내년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325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로 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9달러 넘게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이 맞대응으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도 살얼음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내년 글로벌 생산량이 0.15%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충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가 1배럴에 150달러 선을 넘어서 내년 세계 물가는 1.2%포인트 오른 6.7%에 이르고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로서는 고유가로 물가 불안이 고조되고 소비심리마저 악화되는 상황에 맞서 세수 감소 속에서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지속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주요 산유국의 감산 및 수요 증가로 미국의 이달 12일 하루 원유 생산량은 1320만 배럴을 기록,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추 부총리는 “24시간 금융·실물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상황별 조치 계획에 따라 관계 부처 공조하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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