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이을 차기 후보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종석(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관이 낙점되면서 보수와 진보가 반반으로 나눠진 헌재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재판관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내부 인사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유 소장 퇴임에 따른 재판관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18일 이 재판관을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구 출신인 이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다. 법관으로 임명돼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다. 이 후보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헌재는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이라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올 7월 재판관 전원 일치 기각 결정이 나왔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 사건’에서 주심을 맡았다. 3월 기각 결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 심판에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헌재의 보수 색채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보수·중도 인사는 5명, 진보 인사는 4명으로 분류되는데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 유 소장이 다음 달 10일 퇴임하고 후임 재판관 역시 윤 대통령이 지명하기 때문이다.
헌재소장 역시 공석 사태를 겪고 있는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임명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대학 동기라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임기도 걸림돌이다.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재판관 임기인 2024년 11월까지만 헌재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1년도 안 돼 다시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의 임명이 지연되면서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사법부 양대 수장이 동시에 공석인 사태를 겪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대학교 같은 과 동기 친구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했다”며 “헌재소장의 자격을 갖췄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 공백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곧바로 유 소장 후임 재판관을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3명을 각각 지명한다. 유 소장 후임자 지명은 대통령의 몫이다. 통상 한 달 전에는 후임자 인선 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야당의 반대 속에 2명을 동시에 지명하기는 부담이 커 헌재소장 인준 절차를 지켜본 뒤 윤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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