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식재료, 외식 등 물가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학생들을 비롯해 직장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주머니 사정은 비슷하지만 물가가 올라 점심 식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천원의 아침밥’ 식권을 구하기 위해 ‘피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직장인들은 보다 저렴한 ‘한식뷔페’를 찾아 원정까지 나서고 있다.
19일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한식뷔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식뷔페에 대한 긍정 키워드가 82%를 차지했고, 소설미디어(SNS)에서 자주 언급된 긍정 단어로는 '저렴한 가격', '가성비 좋다', '가고 싶다', '맛있다', '사람 많다' 등이 있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인근에는 한식뷔페만 14곳 정도가 있다. 점심시간마다 대부분 만석이고 손님들 연령대도 20대부터 80대까지다. 한식뷔페는 대부분 8000원~1만원 정도로 자장면 값 평균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한식 뷔페 맛집을 서로 공유하며 직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직장인 A씨는 “요즘 ‘무한리필’이 거의 없는데 한식 뷔페에서는 무한리필이 가능하다”며 “무한리필 자체가 직장인들에게는 ‘맛집'의 조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남자들은 무조건 양인데 요즘은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으려면 넘 비싸고, 양도 줄었다”며 “공깃밥까지 추가로 1000원~2000원을 내야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B씨도 “자장면 한 그릇을 사먹으려 해도 9000원은 되지 않냐, 짬뽕도 1만원정도 더라”며 “비싸서 사먹을 게 없는데 무한리필 한식뷔페가 그나마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지역 자장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7069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70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6300원) 대비 12.2% 오른 가격으로 지난 8월(6992원)과 비교해서 1.1% 올랐다.
참가격이 공개한 8개 외식 메뉴들 가운데 자장면을 비롯한 삼겹살과 냉면, 비빔밥 등 4개 메뉴가 지난 8월 대비해 9월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8월(1만9150원) 보다 0.5% 오른 1만9253원으로 집계되며 2만원대를 코앞에 뒀다. 같은 기간 냉면(8월 가격 1만1231원)과 비빔밥(1만423원) 역시 각각 0.7% 오르며 1만1308원, 1만5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대비해서 삼겹살은 2.1%, 냉면은 7.7%, 비빔밥은 8.8% 오른 가격이다.
이외 김치찌개(7846원), 삼계탕(1만6846원), 칼국수(8962원), 김밥(3215원) 등 외식 메뉴의 9월 가격은 지난 8월 가격과 동일했다. 다만 1년 전보다는 여전히 비싼 수준으로 김치찌개는 6.2%, 삼계탕은 9.0%, 칼국수는 6.3%, 김밥은 5.5% 올랐다.
대학생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천원의 아침밥’은 매주 식권이 5초 만에 매진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원의 아침밥’을 양도해달라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C씨는 “구매가 10시에 열리는데 이전부터 창을 띄우고 구매하려고 해도 5초면 마감이 되서 한눈 파는 사이에 다 놓친다”며 “'천원의 아침밥'을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에 144곳이다. 그런데 예산이 1학기에 소진돼 2학기에 중단된 대학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려 대학 측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