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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영진 개입·녹취 증거 '론스타 판박이'…카카오, 카뱅·SM 모두 잃을수도

■카카오-론스타 닮은꼴 주가조작

정부 특혜받고 최고 경영진 연루

금융·법률 전문가들도 공모 가담

론스타 때보다 구속 판단은 불리

카뱅 매물 나와도 인수자 마땅찮고

IPO 제동에 'SM 포기' 가능성도


29일 금융투자 업계와 법조계는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시세조종 의혹 사건에 대해 2011년 유죄가 확정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최고경영진에 금융·법률 전문가들까지 적극 개입해 주가조작 행위를 공모한 끝에 경제적 이득을 크게 얻었다는 점에서다.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탐내다 외환은행을 매각해야 했듯 카카오가 SM엔터를 품으려다 카카오뱅크(323410)까지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은 주가조작 사건에서 최고경영자(CEO)급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의 녹취록이 핵심 증거로 부상해 두 사건이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카카오가 론스타처럼 카카오뱅크와 SM엔터를 모두 잃게 돼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은 2003년 론스타 임원진이 허위 감자설(說)을 시장에 유포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동열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다. 이 사건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공인회계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수사팀 막내로 참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당시 검찰은 론스타가 2003년 10월 외환은행의 유동성 지원을 막아 외환카드의 주가를 떨어뜨린 뒤 합병하는 ‘프로젝트 스콰이어(기사의 시종)’라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봤다. 론스타 측이 외환은행에 이어 외환카드까지 인수하려 이달용 당시 부행장의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1500억 원어치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막아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 측 이사들은 2003년 11월 20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감자설을 보도 자료에 포함해 발표하자고 유도했다. 이어 24일에는 ‘감자는 없다’고 밝혔다가 26일 ‘감자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보냈다. 19일 5030원이었다가 26일 2550원으로 반 토막이 난 외환카드 주가는 ‘실제로는 감자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시 올랐다. 론스타 측은 주가가 상승하자 28일 이사회를 급히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검찰은 외환카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403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외환은행과 론스타 계열 법인 LSF-KEB홀딩스SCA, 유회원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론스타 측 이사회 녹취록과 녹취 테이프는 현 카카오 사태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법정에 제시한 핵심 물증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받아들였으나 2심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1년 3월 원심 판단을 다시 뒤엎고 주가 조작 혐의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250억 원이 확정되자 론스타 측은 재상고를 포기했고 금융 당국은 론스타에 헐값으로 인수한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카카오가 SM엔터까지 무리하게 품으려다가 금산분리 예외 규정을 적용받아 설립한 카카오뱅크 지분까지 토하게 된 현 상황이 당시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범죄 혐의의 주체가 외국계 헤지펀드와 국내 기업이라는 점, 시세조종 방식이 허위 사실 유포와 공개매수 방해라는 점, 핵심 연루자들의 재판 전 구속 여부는 두 사건 간의 차이점이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때는 유 대표와 오성일 전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자산관리과장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법정 공방도 난타전이 됐다. 반면 이번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 사건에서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단번에 구속돼 검찰과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섰다. 금감원과 검찰, 법원이 이미 재판에 앞서 유죄 인식을 강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아 카카오뱅크 지분 17.17% 이상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더라도 이를 감당할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지분율 27.17%의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그대로 최대주주로 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금융지주(071050)가 대폭 강화된 규제를 받는 은행지주로 변모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삼는 만큼 네이버(NAVER(035420))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나 통신사가 혁신 금융을 내세우며 끌어안기에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SM엔터조차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당국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제동을 걸 게 뻔한 상태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합병 상장할 목적으로 인수한 SM엔터를 계속 보유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사경은 26일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정황도 확인했기에 신속하게 수사해 검찰에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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