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측이 30일 열린 첫 재판에서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32)씨와의 사업적 분리 사실을 강조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장성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 공판에서 신씨의 변호인은 "신씨는 2020년 권도형과 사업적으로 결별했고, 테라·루나 폭락의 원인은 결별 이후 권도형이 진행한 앵커 프로토콜의 무리한 운영과 외부 공격"이라며 "신씨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폼랩스의 가상화폐 테라와 연계돼 최대 20% 수익을 보장한다는 가상자산 투자 방식이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권도형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게 되자 검찰은 2020년 7월 중순부터 피고인 신현성을 중점적인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며 "수사는 테라·루나의 폭락 원인을 규명한 후 책임자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를 둘러싼 ‘증권성’ 여부 및 법적 규제 범위에 대한 주장도 이어졌다. 변호인은 검찰의 수사가 '테라 프로젝트가 애초에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에서 가상자산 결제서비스를 금지한 규제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신씨가 투자자들을 기망하려고 테라 프로젝트에 착수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씨 측은 가상화폐의 ‘증권성’도 재차 부인했다. 테라·루나 사태는 국내 수사기관이 가상화폐에 증권성이 있다고 규정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긴 첫 사례다. 검찰의 공소사실이 입증되기 위한 전제가 코인의 증권성인만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관건이다.
앞서 8월에 검찰은 코인의 증권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이 "코인 '리플'이 기관 투자자에게는 판매될 때 증권이다"라고 판단한 판결문을 증거로 신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한국 자본시장법은 미국법과는 다르다는 것이 학계와 금융 당국의 판단"이라며 "정부는 201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그 발표 내용을 믿고 사업을 수행한 사업자에게 소급해서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신씨는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공동창립한 뒤 테라 코인의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실현될 수 없다는 걸 알고도 결제 서비스를 허위 홍보해 1400억 원대 투자를 유치한 혐의, 폭락 위험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코인을 계속 발행하다가 보유 코인을 고점에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신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횡령, 배임증재, 업무상배임, 자본시장법·전자금융거래법·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올해 4월 25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신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이 총 4629억원가량의 부당이익을 취득하고 상습적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약 3769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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