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지수가 공매도 전격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5거래일 만에 사실상 제자리로 돌아왔다. 특히 코스피 거래 대금은 2조 원 넘게 줄어 금융투자 업계는 단편적 증시 부양책이 약발을 내기보다는 부작용만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장경제를 도외시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한국 증시의 신뢰도만 떨어뜨렸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0.72% 떨어진 2409.66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 직전인 3일(2368.34)과 41.32포인트 차이로 격차가 줄면서 사실상 공매도 금지 이전으로 돌아갔다. 장중 한때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가 2400이 깨지며 2393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피는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인 6일 증시 역사상 최대 폭인 134.03포인트(5.66%)나 치솟으며 단숨에 2500 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튿날 2.33%나 하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하더니 결국 이날 2400 선 재붕괴를 눈앞에 뒀다. 6일 거래에서 7115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7~10일 넷마블의 하이브 지분 시간 외 매매 물량을 제외하면 2300억 원어치만 사들여 매수 의지를 현격하게 낮췄다. 기관도 3900억 원어치 이상 주식을 내다 팔았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1.69% 급락한 789.31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이 800 선 밑으로 내려온 것은 5거래일 만으로 3일(782.05) 지수와는 7.26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코스닥 역시 6일에는 7.34% 급등해 2001년 1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지만 이후 4거래일 내리 하락세를 걸었다. 6일과 7일에는 거래소가 하루 차이를 두고 매수·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호가 효력 정지)를 발동하기도 했다.
업종별 지수 상승률을 봐도 공매도 금지에 따라 수혜를 본 업종을 찾기 힘들다. 5거래일간 가장 많이 오른 운수창고업은 상승 폭이 5% 수준이고 외국인이 집중 매집한 반도체주 등 전기·전자도 1.49% 오르는 데 그쳤다. 그 사이 통신업과 2차전지주가 다수 포진한 화학은 오히려 0.23%, 0.53%씩 뒷걸음질을 쳤다.
실제 외국인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 수요로 6일 폭등했던 2차전지 관련 상장사들은 다음 날부터 급격히 떨어져 대부분 본래 주가를 되찾았다. 특히 6일 상한가나 그 근처까지 뛰어올랐던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비엠은 이후 3~4거래일 연속 추락해 이날 68만 5000원, 23만 3000원까지 내려갔다. 공매도 금지 첫날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주가가 공매도 금지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히 증시 거래 대금은 공매도 금지 후 반짝 급증했다가 이전 수준보다도 쪼그라들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 대금은 이날 각각 5조 6158억 원, 6조 1955억 원으로 이달 3일 8조 410억 원, 6조 7268억 원보다 총 3조 원 가까이 급감했다. 코스피·코스닥 거래 대금은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15조 2255억 원, 11조 3323억 원까지 늘었다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도 3일 44조 6820억 원에서 9일 47조 2023억 원으로 2조 5203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매도 잔액도 예외 대상이 된 시장 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활약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줄지 않고 있다. 3일 코스피 11조 7871억 원, 코스닥 6조 252억 원이던 공매도 잔액은 8일 11조 5322억 원, 6조 1155억 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내 증시가 이날 다시 한번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 국채 30년물 입찰 부진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인 발언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 등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 효과가 소위 ‘일일 천하’로 사라지고 시장이 다시 금리와 전쟁 등 글로벌 이슈와 연동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투자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국내 증시의 유동성이 떨어져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장중 2300대까지 내려갔다가 2400 선은 회복했으나 시장 참여자들 가운데 만족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일주일 동안 변동성도 높았기에 투자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단순한 숫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