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시장의 부진으로 관람을 독려하기 위해 영화관 3사가 나서서 매주 수요일 영화 관람료를 7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던 논의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영화관 활성화 대책을 두고 영화계의 고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한국영화관산업협회 소속 CJ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가 주축이 돼 매주 수요일 영화관람료를 7000원으로 인하하는 아이디어를 두고 논의를 진행했으나 무산됐다. 빠르면 이달부터 시행하자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지만 관계자 간 이견이 갈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어를 두고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등 다양한 주체가 논의를 진행했지만 티켓 수익의 현실화 측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지 않고 아이디어 수준에서 이야기가 오간 것이라는 전언이다.
객단가(관객 한 명당 지불한 실질 티켓값)가 티켓 가격에 맞춰 오르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코로나19 기간 영화 티켓값은 CGV 일반관 주말 기준 1만 2000원(2018년)에서 1만 5000원(2022년)으로 3000원 상승했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한국 영화의 객단가는 8286원(2018년)에서 1만 48원(2022년)으로 1762원이 상승했다. 티켓 가격과 비교했을 때 객단가의 인상율도 낮을 뿐더러 가격 차이도 난다. 주중 티켓 가격인 1만 4000원으로 생각해도 객단가와는 3952원이 차이난다. 할인 티켓 등으로 일부 관객들이 실제 지출한 티켓 가격이 정가보다 그만큼 저렴했다는 의미다.
명목상의 티켓 가격은 크게 올라 관객들의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객단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필요한 관객 수는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의 날’의 범위를 넓혀 매주 수요일 7000원의 관람료를 받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견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업계가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오른 티켓 가격만큼 영화 주체들이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제작사는 티켓 수익이 나기 시작해야 돈을 벌게 되는 구조다. 객단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티켓 가격을 조정한다는 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게다가 영화관 업계 내부 입장도 다를 수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3사 외에도 개인 극장 등 비계열사 영화관이 있어 문제는 한 층 더 복잡하다.
영화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이 공감하고 있다. 잇따른 영화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높아진 티켓값이 꼽히는 만큼 가격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산 중 하나다. 다만 이를 보조해줄 수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도 고갈 상태에 달한 것은 어려움을 더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아이디어가 무산됐지만 어려움에 처한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모아 대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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