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29년 만의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쥔 오지환(33)이 작고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KS MVP에게 주라며 남긴 8000만 원 짜리 롤렉스 시계를 구단주인 구광모 LG 회장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지환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S 5차전 kt wiz와 홈 경기에서 승리해 KS 우승을 확정지은 이후 인터뷰에서 “아직 롤렉스 시계를 보진 못했다”며 “사실 고민이 많다. 구단은 MVP에게 해당 시계를 준다고 했지만, 차고 다니기엔 부담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겠다. 롤렉스 시계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롤렉스 시계는 지난 2018년 작고한 구 전 회장이 남긴 시계다. “우승하면 KS 최우수선수(MVP)한테 주라”며 8000만 원에 구입해 구단에 전했다. 그게 1997년의 일이다. 잠실구장 LG 트윈스 대표이사 금고에 보관돼있던 이 시계는 26년 만에 주인을 찾아갔다.
오지환은 2~4차전 3경기 연속 홈런으로 KS 최다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활약했다. 그는 타율 0.315(19타수 6안타)에 8타점 6득점으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며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90표 중 83표를 받는 압도적인 지지(득표율 86%)로 MVP에 올랐다. 학창 시절부터 LG 팬이었다는 오지환은 “그동안 LG 팬분들은 (우승을) 오래 기다리셨다”면서 “기쁘고 울컥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함께 야구 했던 선배들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의 LG챔피언스파크 사료실에 있던 아와모리 소주도 개봉된다. 1994년 LG 우승을 자축하는 축승회 때 참석자들은 일본 오키나와 전통 소주인 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 시즌 전 오키나와 훈련을 격려 방문한 구 회장이 회식 때 꺼냈던 술이기도 하다. LG 구단은 이듬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며 항아리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세 통을 사왔으나 그동안은 마실 일이 없었다. 워낙 오래 보관해 상당량이 증발해버렸지만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다.
LG 트윈스의 3대 구단주인 구광모 회장은 이날 우승 확정 후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 트윈스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매 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 준 자랑스러운 선수단과 스태프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날 유광 점퍼를 입고 잠실야구장을 찾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뤄내는 순간을 함께 했다. 그는 앞서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개막전을 관람한 데 이어 11일에는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을 직관하며 파도타기 응원에도 동참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한 구 회장은 그라운드로 내려와 염경엽 감독, 오지환 선수 등과 포옹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오지환은 구 회장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줬고, 선수들은 구 회장을 헹가래 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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