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가는 직장인 정석민(48)씨는 걱정에 빠졌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빈대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빈대 출몰이 잦다고 해서 파리에서 빈대에 물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빈대는 한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살충제(DDT) 사용으로 낯선 벌레가 됐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비교적 흔한 벌레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빈대는 5~6mm의 사과씨처럼 상하로 납작하게 눌린 타원형에 진한 갈색을 띄는 해충으로 낮에는 가구나 침실 벽의 틈, 벽지 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흡혈 활동을 한다.
빈대는 10분 간 자기 몸무게의 2.5~6배나 흡혈을 하는데 빈대에 물리면 별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심각한 알러지 반응(드물게 아나필락시스, 고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다행히 위험한 벌레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물리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빈대는 질병을 퍼뜨리는 매개체 역할도 하지 않는다. 다만 물린 후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과도하게 긁으면 2차 피부 감염이 생길 수 있다. 주로 새벽에 흡혈하기 때문에 수면에도 영향을 준다.
빈대에 물렸다면 우선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라 의사나 약사 상담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해외여행을 간다면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질병청에 따르면 숙박업소 방문 즉시 빈대가 숨어있는 장소인 침대, 매트리스, 소파 등 틈새, 벽면과 맞닿는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빈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방바닥 또는 침대에 짐을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 여행 중에 빈대에 물린 경험이 있으면 철저한 소독을 해야 한다. 가방과 소지품은 비닐백에 밀봉하고, 객실 내 빈대가 확인된 경우에는 새로운 객실을 요청해야 한다. 여행에서 복귀하면 가방은 침실과 격리된 장소에 보관해야한다.
살충제 사용은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5년 전 이집트에서 사망한 영국인 부부가 빈대 살충제 증기를 흡입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빈대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려면 빈대용으로 정부 승인을 받은 살충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물리적 방제(스팀 고열처리 등)가 우선이다.
질병청은 “살충제는 보조적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며 “살충제는 피부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의류, 침대, 이불, 매트리스, 침대 라인 등에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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