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를 앞두고 국내 종합상사들이 비중국산 흑연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공략에 나서고 있다. 흑연은 2차전지 음극재 제조에 필요한 광물로 우리나라의 중국산 의존도는 98%에 달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TX(011810)는 내년 초부터 모잠비크 카울라 광산에서 생산한 흑연 판매를 시작한다. STX는 2019년 카울라 광산에서 생산하는 흑연 40%에 대한 운송·판매권을 확보한 바 있다.
카울라 광산은 당초 지난해부터 연간 12만 톤의 흑연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산 시점이 늦어졌다. STX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생산량 등을 확인하는 시추 탐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생산분부터 인도해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생산 예정인 만큼 당장 중국 통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TX는 내년까지인 판매권 계약 연장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도 아프리카로 수급처를 넓히고 있다. 8월과 9월에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각각 흑연 광산에 공동 투자하는 협약을 맺어 장기 공급 기간을 마련했다. 탄자니아에서 확보한 흑연은 연 6만 톤(총 25년), 마다가스카르에서 확보한 흑연은 연 3만 톤(총 10년) 규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흑연 광산에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 24만 톤 규모의 천연흑연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흑연은 음극재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로 전기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배터리에는 50~100㎏의 흑연이 필요하다. 리튬의 약 2배에 달하는 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흑연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천연 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97.7%에 달했다. 중국의 수출통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충족을 위해서도 공급망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IRA상 2025년부터 북미로 공급되는 음극재는 비중국 흑연을 사용해야만 해당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모잠비크·브라질·일본 등으로 흑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배터리 산업에서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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