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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돌아와야만 했냐" 전편 명성 뒤엎은 '독전2', 과유불급만 가득[정지은의 오영이]

영화 '독전2' 리뷰

이선생 다시 찾아 나선 미드퀄

1편 파괴한 허술한 구성과 연출

류준열의 선구안…조진웅, 차승원 있어 다행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굳이 만들어야만 했을까"라고 느껴지는 속편들이 있다. 성공한 1편에 기대어 만들어지다 보니 한 편의 어엿한 영화로 자립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거기서 그치면 그나마 양반이다. 1편에 대한 좋았던 기억마저 퇴색시키는 최악의 속편도 종종 등장한다. 대중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얼마전 개봉한 '독전2'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 같다. 20일 오전 9시 기준 네이버 평점 2.09, 다음 평점 3.1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의 흑역사로 기록된 '7광구'마저 숙연하게 만드는 평점을 받아낸 '독전2'. 도대체 시리즈 확장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렇게 참담한 결과가 발생한 걸까.

영화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1편 계승한 ‘미드퀄’ 선언했는데…1편과 어긋나는 전개? = '독전2'는 1편에서 벌어진 용산역 혈투 이후 영락(오승훈)을 쫓아 노르웨이에 도달한 형사 원호(조진웅)의 엔딩 신 사이의 과정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배우진 역시 많은 변화를 거쳤다. 1편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 대신 2편은 백종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락 역의 류준열이 오승훈으로, 진하림 역의 故 김주혁 배우가 변요한으로 바뀌어 캐스팅됐다.

사람만 바뀐 게 아니다.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백종열 감독은 '독전2'를 미드퀄(작중 시간대의 중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후속작)로 꾸리겠다고 야심 차게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미드퀄이라기엔 1편과 너무도 어긋나는 내용 전개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1편에서는 원호와 영락 중 누가 총에 맞았는지 알 수 없이 단 한 발의 총성 소리가 들리며 열린 결말로 끝났다. 이후 공개된 이해영 감독의 '독전' 감독판에서는 원호가 아닌 영락이 총에 맞았다는 사실이 그려졌고 이로써 결말과 이선생의 존재에 대한 관객들의 의심은 끝을 맺었다. 하지만 '독전 2'는 다시금 '진짜' 이선생을 만들어내며 1편에서도 백미였던 엔딩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그야말로 이미 완성된 퍼즐을 헤집어 놓은 셈이다.

개연성 있는 기존 전개를 뒤엎는 과정에서 설정 붕괴가 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원호가 이선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사는 설정 붕괴가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중국, 태국, 노르웨이 등 해외를 널뛰기 하며 개연성이 떨어지는 진행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교차시키며 '1편에 이런 장면이 있어서 2편이 이렇게 된 거야'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떡밥 회수는커녕 앞뒤가 맞지 않는 구구절절한 해명에 관객들의 피로도만 높아진다. 1편의 엔딩과 2편의 엔딩이 다르게 연출된 구간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그러나 여기서 보여주는 것 역시 독전1을 창조적으로 전복시키는 것이 아닌, 오직 혼란과 당혹스러움 뿐이다.

영화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광기 어린 열연도 무색하게 하는 부족한 개연성 = 그렇다면 배우들의 앙상블은 어떠한가.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는 류준열을 대체한 오승훈이다. 300:1의 경쟁률을 뚫고 백종열 감독에 의해 새로운 영락으로 거듭났다지만 1편에서의 영락과는 전혀 다른 인물으로 보인다. 1편에서 영락이 보여준 속내를 알 수 없는 텅 빈 눈빛, 하지만 그 뒤에 어딘가 모를 쎄함이 느껴지는 날카로운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조연 배우도 아닌 서사의 중심에 있는 주연 배우의 교체인데다 외모의 결도, 목소리 톤도 너무나도 달라 관객의 입장에서는 몰입하기 힘들다. 류준열의 빈자리를 대체하기에는 대사를 내뱉는 것 자체가 버거워 보일 정도의 어색함이 맴돈다.

진하림 역을 맡은 변요한, 큰칼 역의 한효주 또한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과 함께 열연을 펼치지만 설명이 없이 갑작스레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진다. 진하림과 큰칼이 어떤 사이인지, 두 인물이 어떻게 이선생과 일하게 됐는지, 큰칼이 이선생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전혀 제시되지 못한 채 배우들의 광기 어린 연기만 몰아친다. 결국 강약 조절에 실패해 관객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하는, 피 칠갑을 한 신들이 연속적으로 나올 뿐이다.

영화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브로맨스의 실종…류준열 하차가 미친 영향 =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독전1'의 키워드나 다름없었던 브로맨스다. 원호와 영락은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였지만 그 속에서 인간으로서 형용할 수 없는 공감대를 느낀다. 부모를 잃은 소년을 독대하는 형사, 어쩌면 이런 사이로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둘의 관계에 관객들은 울고 공감했었다. 하지만 웬걸, 1편에서 느껴졌던 감동은 짜게 식고 공감을 강요 당하는 듯한 부담감만 남는다. 1편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밀려오는 긴장감은 전편에 비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독전2'를 한 마디로 평하자면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는 개연성 없는 서사로 인해 무의미해지고 액션은 화려해 보이는 듯 하나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선생의 존재가 밝혀졌지만 명쾌하기는커녕 찜찜함만 추가됐다. 차라리 뜬구름을 잡는 것만 같았던 1편의 신비로운 엔딩으로 사라지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진웅, 차승원과 같은 원년 멤버들의 연기력이 어느 정도는 구멍 난 서사를 커버해 준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방황할 때마다 이들은 등장해 “독전은 이런 영화”라고 서사의 멱살을 잡고 끌어 나가는 것 같다.

11월 17일 넷플릭스 공개. 114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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