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노총인 한국노총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논의 과정에서 소규모 사업장의 법 이행 상황을 고려해 현행법 보다 1년 더 늘어난 4년 유예안을 찬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노총은 최종 즉시 시행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노동계도 경영계가 주장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법 이행 어려움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했다는 것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12월24일 열렸던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발의한 중대재해법에서 개인사업자와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공포 후 4년이 경과하도록 부칙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박 의원은 “제 아이디어라기 보다 법안을 만났던 노조 중 한국노총 입장이 반영됐다”며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이런 의무(안전보건조치의무)가 바로 부과되면 견디기 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있어서 4년 유예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저는 4년까지 유예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그 의견(한국노총 의견)을 그냥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박 의원안을 비롯해 6가지 법안을 취합한 대안으로 2021년 1월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2년 1월27일부터 이 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책임자(사업주 등)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의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단 이 법은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 공포 후 3년 유예를 뒀다. 이로 인해 50인 미만 사업장 등은 내년 1월 27일부터 이 법을 시행해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여야는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적용 대상 범위, 형사처벌 수준, 시행 유예기한 등 여러 쟁점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당시 4년 유예안을 찬성했던 한국노총도 중대재해법 즉각 시행으로 입장을 바꿨고 법 제정 이후에도 국회와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노동계 기대 보다 미진한 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중대재해법 쟁점은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2년 연장안 처리 여부다. 법안을 두고 경영계는 처리를, 노동계는 폐기를 주장한다. 여야도 대립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연장안에 대해 법안심사소위 상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전체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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