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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대북제재 위반' 인정…5.5조 벌금·자오창펑도 사퇴

■美정부와 역대 최대규모 소송 합의

북한·하마스 등 불법거래 방조

창립자 자오창펑 실형 가능성도

美가상자산 시장, 월가 중심 재편

바이낸스 韓진출에도 영향 미칠듯

자오창펑(오른쪽) 바이낸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 시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과 관련해 혐의를 인정하는 합의를 마친 뒤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나 북한·이란 등 미국 재제 대상 국가 또는 집단의 돈거래를 묵인하며 영업을 한 데 대해 43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이 사건으로 세계 가상자산 업계의 최고 거물로 꼽히던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오 CEO는 이날 미국 시애틀 법원에 출석해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에 관련 소송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 25억 달러는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이며 18억 달러는 벌금이다. 이 돈은 법무부와 재무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에 귀속된다. 통신은 “기업의 소송 합의에 있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고 전했다.

FTX 붕괴 이후 세계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혔던 자오 CEO는 일선에서 물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 5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으며 바이낸스의 CEO직을 사퇴한다. 다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한다.

그의 실형 가능성은 남아 있다. 통신은 “자오 CEO는 10년가량의 실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번 합의로 실형 기간이 18개월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법무부는 그의 형량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시장점유율 44%의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거래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바이낸스의 하루 거래 규모는 약 144억 달러다. 미국 고객 비중은 약 16%로 알려졌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을 비롯해 무장 단체 이슬람 지하드, 알카에다, 이라크 및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의 거래를 방조했다. 북한과의 거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아울러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란 거주자와 미국인 사이의 거래로 제재를 위반한 건수는 최소 110만 건, 액수로는 8억 9860만 달러에 이른다고 봤다.

미국 고객들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자금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오히려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계정 생성을 권유하거나 기술적으로 접속 기록을 파악하기 어렵게 처리했던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이와 함께 허가 없이 해외 송금 사업을 한 점, 테러리스트 등 미국 재제 대상의 자금 거래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바이낸스의 미국 내 법적 분쟁은 남았다. 이날 합의는 미국 CFTC와의 소송이 정리된 것일 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은 계속된다. 두 기관은 지난해 바이낸스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가 바이낸스에 재갈을 물리면서 사실상 미국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규제를 따르는 월가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피델리티와 시타델증권·찰스슈와브 등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출자한 가상자산거래소 EDX가 올 6월 출범하는 등 월가 기관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바이낸스는 한국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닌 만큼 우리 금융 당국의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제재는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바이낸스는 2월 초 국내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 고팍스 지분 40%를 인수하고 고팍스 최대주주에 올라선 바 있다. 이후 고팍스는 이사진을 레온 싱 풍 전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등 바이낸스 관련 인사로 교체하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두 차례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이에 현재 고팍스는 경영진 대다수를 다시 한국인으로 교체한 상태다. 현재 바이낸스 관련자는 한국계 미국인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만 남았다. FIU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고팍스의 변경 신고)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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