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 간 북한은 위성 발사의 꿈을 이어왔다. 1998년부터 25년간 위성을 꾸준히 쏘아 올렸다. 궤도에 올린 건 단 2차례 뿐이다.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했던 2012년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다.
북한의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위성의 지상관측 영상 등을 공개한 적이 없어 사실상 ‘죽은 위성’, 즉 더미(모사체)위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히려 위성과 탄도미사일엔 비슷한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사실상 위성 발사로 포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경우에도 지난 5월과 8월 연거푸 실패한 뒤 곧바로 3차 발사를 시도했다. 앞서 두 차례 실패과정에서 발사 당일 곧바로 추가 발사를 예고하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이토록 정찰위성 확보에 목을 맨 것일까.
정찰위성은 전술핵, 전략핵에 이어 북한판 ‘3축 체계’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컨대, 중국이 핵무력 완성의 척도로 전술핵 및 전략핵, 정찰위성을 뜻하는 ‘양탄일성’(두 개의 탄과 하나의 별)을 강조했던 것이 대표적이 사례다. 핵전력을 갖춰도 정찰위성이 없다면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군사기지 정보수집…핵·미사일 운용 효율성↑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무기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정찰위성이 있어야 핵보유 국가의 위상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북한이 만약 저궤도 정찰위성에 일정 해상도 이상의 카메라 장비를 장착해 운용한다면 한반도 주변의 군사장비와 부대 위치, 활동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게 가능해진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위성 발사에 성공하게 되면 적을 인지하고 타기팅하는 데 있어서 역량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군사정찰위성은 상대방의 전력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볼 수 있는 전략자산인 셈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미사일 공격에 있어 ‘눈’ 역할을 해 핵 무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유사시 북한을 겨냥한 한미 군 당국의 공격을 감시하는 데에 유용할 무기체계를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정확한 교신체계를 점검해 결국은 ICBM이나 IRBM 같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훨씬 더 정교하게 목표 지점에 떨어뜨리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성공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은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는 게 끝이 아니라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지상을 촬영한 사진 및 영상도 발신돼야 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우리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서둘러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으며, 한미,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 여러 식별된 상황을 공유, 분석해 판단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새로운 물체가 우주에 진입하면 수 시간 안에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데, 오전 9시30분 현재 북한 정찰위성에 대한 정보는 실리지 않아 성공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설사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하더라도 초기 운용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전개하여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하여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北, 궤도에 2번 띄웠지만,정상작동 확인 안돼
게다가 초기운용 단계에 문제가 식별되지 않았더라도 거쳐야 할 관문은 더 남아있다. 만리경-1호가 정찰위성으로서 효용을 발휘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장 센터장은 이를 검증하는 데 탑재체에 따라 최소 1∼2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이 기간에 실제 영상 촬영을 시험적으로 수행하고 영상 품질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영상을 성공적으로 촬영한다 해도 기술 수준 노출을 우려해 이를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등 두 차례 위성을 궤도에 올린 적이 있지만, 정상 작동이 확인된 적은 없다.
특히 발사체에 탑재하는 위성체 기술도 여전히 조악할 것으로 평가되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군이 올해 5월 북한의 1차 발사 때 인양된 낙하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정찰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도 3m급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했다. 이는 가로·세로 3m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하는 수준이다. 물론 러시아의 지원이나 밀수 등을 통해 국외에서 고품질 부품을 들여와 성능을 개선했을 가능성은 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도 이달 말 첫 번째 정찰위성을 발사할 예정이어서 남북 우주경쟁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우주에서 쌍방 정찰 작전이 무한대로 가능해져 한반도 작전 환경이 크게 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21일 밤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정찰위성이 실제 궤도에 진입했는지, 지상으로 신호를 보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도 정찰위성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도 북한 정찰위성 세부 제원과 궤도 진입 및 위성으로서의 기능 발휘 여부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5월과 8월 잇따라 실패한 데 이어 세 번째 발사된 만리경-1호는 길이 1.3m, 무게 300㎏으로 해상도는 3m 내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은 지난 7월 만리경-1호 잔해 수거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에 궤도에 진입했다고 북한이 발표한 정찰위성은 고도 500∼1500㎞ 사이의 ‘지구저궤도’(LEO)에서 운용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의 고도는 524㎞,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주기는 95분, 궤도는 약 97.2도로 관측됐고,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고도 497㎞, 주기 95분, 궤도는 97.5도였다.
북한은 조만간 만리경-1호의 주기와 궤도 등 일부 제원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은 만리경-1호 1기만으론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해상도가 3m 내외인 위성으로는 원하는 목표물이나 목표지역에 대한 뚜렷한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찰위성은 적어도 1m 이하 해상도는 돼야 한다.
미국이 1976년 처음 쏘아 올린 KH(키홀)-11 위성은 해상도가 13∼45㎝급으로 알려졌고, KH-13은 1㎝급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2017년 발사한 '육지답사 1호' 위성의 해상도는 0.1∼0.2m로 알려졌다.
게다가 만리경-1호가 궤도에서 정상 작동할 경우 재방문 주기는 하루 세 차례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남한지역의 특정 목표물 상공을 하루 세 번 정도 방문해서는 정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남북 우주경쟁 시작됐다…南, 30일 정찰위성 1호기 발사
다만, 북한이 공언한 대로 '만리경'을 여러 기 쏘아 올려 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5기 정도를 운용한다면 재방문 주기는 2시간가량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2세트(4개 엔진)를 모방한 백두산 액체엔진을 개발해 발사체(천리마-1형) 1단 로켓으로 사용했다. 2·3단 로켓은 러시아 엔진 등을 토대로 북한이 자체 제작한 신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천리마-1형 로켓을 여러 기 제작해놨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지궤도 위성까지 운용을 목표로 천리마-1형보다 추력이 강한 로켓을 개발 중인 것으로 군과 정보 당국은 평가한다.
만리경-1호 1기가 당장 위협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번 발사체와 같은 성능으로 제작된 로켓으로 여러 기를 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으로서는 북한의 변화될 전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군도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5기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해상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북한의 이동식발사대(TEL)도 탐지 가능한 수준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5기의 한반도 상공 재방문 주기는 2시간가량이다.
군 당국은 재방문 주기를 단축하고자 무게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쏘아 올려 30분까지로 단축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군은 전자광학 위성 감시체계 전력화에 이어 우주작전 전대 창설과 우주작전 수행 체계 정립, 위성전력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국에는 레이저로 적 위성을 격추하는 레이저무기 체계도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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