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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9000원, 일본에선 20만 원? 가요 시상식이 해외 가는 이유[허지영의 케잇슈]

서가대, 골든디스크도 해외 개최 확정

9900원에서 25만원으로 뛴 티켓값

국내 팬들 "K팝에 K가 없다" 아쉬움 토로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가요 시상식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Mnet '2023 마마 어워즈(MAMA AWARDS)'는 오는 28일과 29일 양일간 국내 시상식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고, '제33회 서울가요대상'은 내년 1월 방콕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에서 개최를 확정하며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행을 결정했다. K팝의 글로벌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국내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이름은 서울가요대상인데 왜 공연은 방콕에서 하느냐”며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33회 서울가요대상', '2023 AAA' / 사진=서울가요대상, AAA 조직위원회




◇9900원에서 25만원으로…해외 가면 뛰는 티켓 값 = 마마어워즈와 서울가요대상 외에도 헤외 개최를 결정지은 가요 시상식은 한 둘이 아니다. '제38회 골든디스크'도 내년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323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sia Artist Awards·AAA)'는 필리핀 불라칸에서 열린다.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 시상식은 지상파 3사 가요 축제를 비롯해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3 멜론 뮤직 어워드(MMA)' 정도다.국내 가요 시상식이 해외로 나가는 주된 이유는 우선 수익성이다. 티켓 가격이 국내와 비교해 크게는 10배가량 차이 난다. 일본으로 향한 '마마 어워즈'와 'KBS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의 1일권 지정석 가격은 2만 2000엔이다. 약 20만 원의 입장료를 받는 셈이다. '뮤직뱅크'의 경우 앞 열에서 볼 수 있는 VIP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티켓 가격은 1인 당 약 4만 엔(한화 약 35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 도쿄돔에서 열린 K-팝 아티스트의 공연 티켓값이 1만 엔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싸다. 방콕에서 열리는 '서울가요대상'도 최고가 25만 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서울에서 열렸던 지난해 기준 티켓 가격은 전석 9900원이었다.

'2023 마마 어워즈' / 사진= CJ ENM


국내 가요 시상식 티켓은 3만 원 수준이다. 올해 '멜론 뮤직 어워드'의 티켓 가격은 3만 3000원,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는 전석 9900원이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연말 축제를 개최하는 KBS를 보면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베루나 돔에서 열리는 일본 공연의 티켓이 2만 2000엔, 서울 KBS 여의도홀에서 열리는 한국 공연 티켓은 추첨제 무료 입장이다.

시상식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도 있다. 해외 팬덤이 시상식을 즐기는 방식은 국내에 비해 시상식에 유리하다. 국내 팬덤은 응원하는 특정 한 그룹을 충성도 있게 파고드는 반면, 해외 팬덤은 K-팝을 하나의 문화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국내 팬덤에서는 인기 아티스트가 여럿 나오는 시상식보다도 응원하는 팀의 단독 콘서트가 더 인기가 많은 반면, 해외 팬덤은 'K-팝'이라는 커다란 흐름 자체를 즐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월드 투어에 가면 공연하는 아이돌이 아닌 타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도 여럿 보인다. K-팝의 특정 아티스트보다도 그저 K-팝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니 시상식 측에서는 국내보다 더욱 수월하게 티켓을 판매할 수 있고, 시상식 홍보 측면에서도 해외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쿄돔에서 공연하고 있는 K-팝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한번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시상식…한국 팬들은 “서럽다” = 국내 시상식들은 일단 한번 해외로 나가면 좀처럼 국내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외 개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해외 개최는 마치 해당 시상식의 '성공'을 증명하는 수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마 어워즈'는 지난 2010년 마카오에서 개최된 뒤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일본 등을 거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부터는 다시 해외에서 개최되고 있다. '마마 어워즈'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지난해 '마마 아시안 어워즈'를 '마마 어워즈'로 리브랜딩하기도 했다. 'AAA' 역시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된 데 이어 올해는 필리핀 아레나에서 열린다.

당연하게도, 국내 팬덤은 이 같은 흐름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월드투어 등으로 국내 활동을 소홀히하는 아이돌 그룹의 최근 활동 기조에, 시상식까지 해외로 향한다면 K-팝에 'K'가 대체 어디 있느냐는 지적이다. 한 아이돌 팬 A씨는 '서울가요대상'을 두고 "이름은 '서울가요대상'인데 서울에서 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럴 거면 '서울' 타이틀을 빼야 하는 게 아닌가"며 "또 시상식 측이 무리하게 해외로 향할 때 그 피해는 아티스트와 국내 팬덤이 다 받게 된다. 시상식을 위한 시상식"이라고 난색 했다.

'KBS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과 'KBS 2023 가요대축제' / 사진=KBS


공영방송 KBS도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 6월경, 올해 KBS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KBS 청원 게시판에는 '가요대축제 일본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공영방송의 연말 행사를 해외에서 진행할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실제로 세계적인 음반 시장을 확보한 국가에서는 대형 시상식을 자국에서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빌보드 뮤직 어워즈'도 매번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리고, 올해로 72주년을 맞은 일본의 '홍백가합전'도 매년 마지막 날 일본 현지에서 열린다. 여론을 의식한 듯 KBS는 결국 '가요대축제'를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로 바꾸고 일본과 한국 두 곳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한국에서는 '가요대축제'로 진행된다.

2023 '멜론뮤직어워드'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요 시상식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은 '멜론 뮤직 어워드'다. 지난 10월 완공된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입성하는 첫 K-팝 공연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근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평이지만 주요 시상식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팬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시상식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의 부족한 공연 인프라로 아쉬움이 많았던 음악 팬들에게 대형 K-팝 전용 아레나에서의 첫 관람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팬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울 및 광역시권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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